작가의 숨결 배인 문학의 땅으로
교실에서 읽는 시와 시인의 고향에서 읽는 시는 얼마나 다를까. 소설가 박경리가 대하소설 '토지'를 생각해냈고, 이끌어갔던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경북 하양여중 문예동아리 학생들과 무학중학교 독서동아리 학생들은 2001년부터 매년 7월 17일 선생님들과 함께 문학기행을 떠나고 있다.
'사제동행 독서문학 기행.' 교실이나 교과서에서 맛보기 힘든 새로운 문학적 감동을 찾아나서는 여행이다.
매년 두 학교 학생 80여명과 교사 10여명이 함께 한다.
아랑설화가 있는 밀양의 영남루, 김종길 시인의 생가가 있는 안동지례 예술촌, 이육사의 생가, 박경리의 최참판댁, 논개의 애국충절이 강물이 되어 흐르는 촉석루…. 이들의 목적지는 대부분 교과서에 등장하는 문학의 고장. 학생들과 교사들이 문학의 고장에 도착하는 순간 깨알처럼 교과서에 숨어있던 시와 소설, 수필은 학생들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나온다.
'사제동행 문학기행'엔 항상 현직 작가들이 동행한다.
여행하는 동안 작가들은 작품과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교실에서 배우는 시와 소설, 수필은 교육적인 틀에 갇혀 있기 일쑤다.
그러나 작가들의 생각과 표현은 이 경계를 넘나든다.
학생들은 작가들과 대화를 통해 문학의 정수를 만난다.
여럿이 함께 떠나는 문학기행의 매력은 많다.
학생들은 여행하는 동안 짝꿍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짝꿍, 내 짝꿍과 생각이 또 다른 친구. 학생들과 생각이 다른 교사와 현직 작가들. 게다가 문학현장은 종종 교실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커다란 충격을 준다.
사제동행 문학기행은 단발행사로 끝나지 않는다.
재학중인 3년 동안 이어지는 기행을 통해 학생들은 쑥쑥 성장한다.
"경치를 보는 1학년 학생의 눈은 멍하기 일쑵니다.
아직 어린 학생들은 경치를 감상할 준비가 돼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2학년, 3학년이 되면서 아이들은 변합니다.
무서울만큼 많이 변합니다.
아이들은 성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 하양여중 박윤경 교사가 말하는 문학기행의 가르침이다.
사제동행 문학기행의 장점은 또 있다.
기행에 참가한 학생들은 무섭고 엄한 줄만 알았던 선생님이 부모님 같고 형님 오빠 같음을 알게된다.
이 기행은 전학년이 참가하는 수학여행의 익명성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여행을 통해 학생들은 교사를 알고, 교사는 학생을 이해한다.
선생님과 친한 학생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사제동행 문학기행'은 하양여중과 무학중학교의 국어과목 수업방식 중 하나이다.
이외에도 이들 학교의 국어과목엔 독특한 수업방식이 많다.
희곡 수업을 예로 들어보자. 희곡 수업에서 교사와 학생들은 밑줄 긋고 암기하는 방식을 버렸다.
일분단은 무대장치를 마련한다.
이분단은 배역을 정하고 연기한다.
삼분단은 연출을 맡는다.
등장인물의 성격은 물론이고 극의 진행은 모두 학생들의 몫이다.
무대장치를 위해 집에서 도구를 챙겨오는 학생, 배역에 걸맞은 아버지 바지를 입고 오는 학생, 나름대로 배우의 성격을 분석해 열연하는 학생….
이렇게 진행되는 수업은 교과서 수업지도안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기본 핵심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교사들이 돕는다.
교사는 희곡작품을 가르치지 않고, 학생은 작품을 암기하지 않는다.
교사와 학생들은 함께 작품을 즐긴다.
이렇다보니 진도가 늦어 수업일수가 늘어나는 경우도 생겼다.
그래도 좋다.
학생들은 희곡 작품 하나를 통해 부쩍 성장한다.
밑줄 긋기와 암기식 공부에서 상상하기 힘든 성과다.
하양여중 박윤경 교사는 "이런 수업을 해내려면 교사는 물론이고 학생들도 부지런해야 한다.
그러나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훨씬 유익한 수업이 된다"고 말했다.
하양여중과 무학중학교 교사들은 아이디어를 교환하기 위해 자주 만난다.
두 학교는 재단이 다르다.
그러나 아이디어를 나눔으로써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기에 협의와 토론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국어과목 만큼 교사의 아이디어가 많이 필요한 과목도 드뭅니다.
" 국어과목 교사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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