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진우옹, 임종전 선뜻 최고 땅 희사
"경로당에서 영감이 장기두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칠곡군 지천면 연화리 이복술(77) 할머니는 남편이 애지중지하던 문전옥답에 18일 동네 경로당이 들어섰지만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남편 박진우(77)옹이 경로당 준공을 보지 못하고 오랜 투병 끝에 지난 2월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고인이 된 박진우 옹은 지난 1966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가계부를 기록한 '가계부 할아버지'(본지 1월21일 22면 보도). 40여년 간 수입과 지출사항을 꼼꼼히 기록한 가계부만 30여권으로 단 한푼도 낭비하지 않는 '자린고비'였다. 마을 사람들이 너무 인색하다며 눈총을 줄 정도였다.
주민들이 동네 경로당 터로 가장 좋은 땅이라며 여러 해 동안 땅을 팔라고 했으나 번번이 거절하던 박옹이었다. 그러던 박옹이 세상을 떠나기 3개월 전 문전옥답을 동네 경로당 부지로 선뜻 내놓았다.
이때부터 동네 경로당 건립은 일사천리로 추진됐다. 박옹이 땅을 희사한 지 9개월만에 30여평의 경로당이 완공됐다. 경로당에는 출향인사들이 선물한 대형 냉장고와 TV 등이 벌써 자리잡고 있다.
준공식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잔치준비로 시끌벅적한 와중에 이복술 할머니는 경로당 주변을 계속 서성거렸다. 경로당 안에 마련된 전기밥솥 뚜껑을 만지작거리고 화장실 문을 열기도 했다. 건물 곳곳을 이리저리 만져보는 그 손길이 애잔하다.
"이제 영감 병수발 들 일도 없으니 아침 일찍부터 경로당에 나와 놀아야지 뭐. 별로 할 일도 없으니께…." 그러면서도 이 할머니의 눈길은 경로당에서 200m 남짓 떨어진 마을 뒤 선산으로 향했다. '자린고비 영감'이 묻혀있는 곳이다.
지천면 연화리 주민들은 이날 동네 경로당 준공식을 갖고 초청한 출향인사들과 주변마을 주민들에게 추어탕을 대접했다.
칠곡'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사진 : '자린고비' 남편이 기증한 문전옥답에 들어선 동네 경로당을 바라보고 있는 이복술 할머니.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