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가면 한국음식 자랑할래요"

입력 2004-09-17 12:26:34

영주 외국인 주부 전통체험

"된장, 마늘 냄새 맵고 짠 것도 이제는 다 좋아 졌어요."

영주시로 시집온 외국인 주부 40여명이 16일 농업기술센터에 모여 떡도 빚고 상도 차리는 전통문화체험을 했다. 영주시여성협의회가 2002년부터 추진하는 외국인 주부 전통문화체험은 이들의 원만한 가정생활과 빠른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송편, 인절미, 쇠고기 산적, 고사리무침, 배추전, 꼬치...." 지지고 볶고 떠들썩하지만 왠지 어색하다. 제사상에 이것저것 올려놓고 한껏 폼을 내보지만 순서는 뒤죽박죽이다. 말이 통하지 않아 지도선생님의 핀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웃음으로 대신한다.

이들 주부들은 향토음식 전문 요리 강사의 한국 전통음식 만들기와 예절교육을 받고 오후에는 식당에 모여 배추전, 인절미, 송편 등을 만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현재 영주시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부는 100여명. 베트남, 필리핀, 조선족, 일본 출신들로 대게 1~5년에서부터 20년까지 이국땅에서 생활해왔다. 이들은 대부분 농촌 총각, 자영업자들과 만나 인연을 맺고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고 있다.

"처음 시집와서 생활환경과 문화적 차이, 남성 우월주의 등에 적응이 안돼 애를 먹었다"는 외국인 주부들은 "이제는 대부분 극복해 편안하게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형편이 같은 외국인끼리 음식 만드는 것이 너무 즐겁고 좋다"는 레호앙 티에트(24.베트남)씨는 "시집와서 매운 맛, 된장, 고추장 때문에 곤혹스러웠는데 이제는 너무 맛있고 좋다"고 말했다.

죠세핀라그마(27.필리핀)씨는 "친정집에 가면 오늘 배운 한국전통음식 솜씨를 자랑하겠다"며 요리강연을 꼼꼼히 노트에 옮겨담았다.

전통문화체험에 함께 동참했던 장원옥 영주시 여성복지 담당자는 "외국인 주부들이 한국음식과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만들어 보는 것을 너무 고마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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