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은 아프리카인이다(스티브 윌슨 지음/몸과 마음 펴냄)
동물원에서 침팬지를 지켜보고 있으면 모든 면에서 우리와 다르다는 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 사람과 침팬지의 유전자는 단지 1.6%만이 다를 뿐, 98.4%가 동일하다는 것은 경이로운 사실이다. 이 1.6%의 차이가 실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 이 차이로 인해 인간은 다른 동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인지기능과 복잡한 언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생물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만약 뒤바뀐 운명이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철창 우리 속에 갇혀 침팬지가 던져주는 바나나를 받아먹고 있었을 테니까. 인류 탄생의 비밀은 이런 까닭에 흥미를 더한다.
미국의 인류학자 스티븐 윌슨이 쓴 '우리 조상은 아프리카인이다'는 '사람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생겨났는가'라는 가장 오래된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원제가 'Mapping Human History'로 인류 진화의 비밀을 밝히는 유전자 여행으로 보면 된다.
저자는 첫머리에서부터 '모든 인류는 한 가족'이라는 인류 진화의 첫 번째 비밀을 밝힌다. 오늘날 지구상에 살고 있는 60억 명의 사람들은 모두 오래전에 동아프리카에서 살던 작은 집단에서 유래한다는 것. 그는 유전학적 배경을 토대로 인류의 역사를 짚어가며 모든 인류집단 사이의 연결을 강조한다. 수 차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렸던 유대인과 아랍인들이 유전적 역사로 따져보면 결국 한 형제였다는 사실은 재미있는 주장이다.
이 책의 밑바탕에는 인종차별주의에 대한 비판이 깔려있다. 저자는 사람들의 피부색과 얼굴 생김새로 사람을 평가하는 인종차별주의자들에 대해 과감히 메스를 들이댄다. 유전적 원인으로 말미암아 특정 인종이 지능지수가 더 우월하다고 믿는 일부 백인 유전론자들의 주장을 '쓸데없는 짓'에 비유하는 등 인종차별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들에 대해 각종 과학적인 자료들을 제시하며 통쾌하게 뒤집는다.
"사람들을 몇몇 범주로 나누려는 경향은 인류역사를 통해 사람들에게 커다란 고통을 안겨주었다. 피부색이나 눈의 생김새 때문에 집단 전체가 학살당하거나 노예로 전락하기도 했다. 오늘날까지도 르완다, 발칸, 인도네시아, 그리고 중동지역에서는 종족 간의 야만성을 드러내는 집단분쟁으로 서로를 죽이고 있다. 이런 분쟁은 국가 사이의 갈등이 아니라 대개 생물학적 차이점을 가진 집단 사이의 갈등이다." 저자는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각종 분쟁들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인류 분쟁의 역사가 가면무도회에서 얼굴에 쓰는 마스크처럼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인간의 외형에서부터 출발한다니…. 저자가 이 한 권의 책에 문화인류학, 고고학, 사회학, 세계사, 지리학 그리고 유전학적인 지식을 모두 쏟아부으면서 말하려 했던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We are the World."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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