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헌, 병역 비리 파문 후 처음 입 열어

입력 2004-09-17 07:50:47

"연기 못하게 될까봐 유혹 넘어가 죄송"

병역 비리 파문에 연루된 송승헌이 처음으로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송승헌은 16일 호주 시드니에서 자필로 쓴 편지 형식을 빌어 이번 사건과 관련해 비리 면제 사실을 인정하며, "팬들에게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는 뜻을 밝혔다. 병역 비리와 관련된 연예인이 공식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힌 건 송씨가 처음으로, 그의 소속사(GM기획)가 이를 이날 연합뉴스에 보내왔다.

송승헌은 50여 줄이 넘는 긴 글을 통해 잘못된 방법으로 병역 면제를 받을 당시의 심정과 파문이 일어난 후의 심경, 호주 시드니에 머물고 있는 이유 등을 자세히 적었다.

그는 군 입대 문제에 관해 "국가의 뜻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또 드라마 출연 여부에 대해서는 "뮤직 비디오 촬영이 드라마 출연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저는 송승헌입니다"라고 시작한 편지는 "지금 호주 시드니에서 드라마 '슬픈 연가'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고 있습니다. 촬영은 하고 있지만 팬들에 대한 송구스러운 마음, 죄송스러운 마음이 앞서 보통 촬영 때와는 전혀 다른 마음입니다"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저를 사랑하고 아껴주신 팬 여러분, 그리고 방송 관계자 여러분들 죄송합니다. 공인의 신분으로, 한순간 잘못된 판단으로 팬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충격을 주었습니다"고 용서를 구했다.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데뷔한 저는 신체검사를 받을 당시 팬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연기자란 직업에 대해 큰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됐습니다. 그러던 중 대한민국 남자라면 다 가야 되는 군 입대 문제와 부닥치게 됐습니다. 군 입대를 하게 되면 2년 넘게 활동을 중단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영원히 연기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면서 그만 하나님과 내 양심을 속이고 옳지 못한 행동을 하였습니다"라며 군 면제를 받으려 했던 당시의 심경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호주 시드니에서 촬영중인 것에 대해서는 "12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이미 촬영 준비 완료가 된 상태에서 내 문제로 권상우, 김희선 등 동료 배우와 제작사, 촬영 스태프들의 일정을 망칠 수 없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송승헌은 서면을 통해 입장을 밝히는 까닭과 관련해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의 사정을 접할 때마다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었고, 또 스스로 드라마 출연을 고집하기 위해 호주에 남아있는 것 같은 인상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괴롭고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저는 드라마 출연에 욕심이 없습니다"고 언급하며 "다만 마음이 아픈 것은 저 한사람으로 인해 드라마를 망칠 수도 있다는 절박한 상황입니다. 이 또한 제작사와 유철용 감독님, 출연 배우들에게도 너무 죄송할 따름입니다"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송승헌은 20일 귀국할 예정으로, 아직까지 귀국 후 경찰에 자진출두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결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편지를 통해 자신의 비리 사실에 대해 인정한 셈이다.

제작사인 포이보스의 김광수 대표는 "10월 7일 국내외 언론사를 상대로 대규모 시사회를 열 계획이었기에 뮤직비디오 촬영을 진행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드라마 '가을동화', '여름향기' 등이 방영되며 송승헌이 아시아권 국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며 "송승헌이 주연배우로 참여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부터 아시아권 국가와 드라마 수출 협상이 진행 중이어서 그를 제외하기가 쉽지 않다"고 곤혹스러운 입장을 전했다.(연합뉴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