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타임­-논산에 가면

입력 2004-09-15 10:06:32

충남 논산은 대한민국 남성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제공하는 고장이다. 바로 논산훈련소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 빡빡머리에 힘든 군사훈련으로 땀을 흘리며 청년 시절 한 때를 보낸 곳이어서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한편 백제 최후의 전투인 황산벌 전투가 일어나기도 했던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고장이기도 하다.

우리 식탁에 올라 입맛을 돋우는 '강경젓갈'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아련한 추억을 안고 논산으로 가을여행을 떠났다.

◆강경에서 젓갈축제를 한다는데…

강경읍은 한때 서해 최대의 수산물시장으로 흥청거렸다. 서해와 통하는 금강 어귀에 위치한 천혜의 수산항으로 한세기 동안 영화를 누렸던 강경포구를 끼고 있는 강경시장은 시장 깊숙한 곳까지 배가 들어와 싱싱한 수산물들을 취급하면서 평양, 대구와 함께 조선시대 3대 시장의 하나로 손꼽혔다.

성어기(成魚期)인 3~6월에는 하루 100여척의 배들이 드나들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생기가 넘치는 곳이기도 했다. 지금은 서해와 금강 사이의 수문을 막고 있는 금강 하구둑 탓에 옛 명성이 사라지고 몇 척의 배만 쓸쓸하게 떠다녀 그 때의 화려함을 찾을 길 없다.

하지만 강경시장은 아직 전국에서 가장 큰 젓갈시장으로 그 이름값을 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시장이 모두 현대식 점포 형태로 바뀌어 재래시장의 정취가 나지 않는 게 흠이긴 하지만 50여 곳의 점포에서 새우·오징어·꼴뚜기젓 등 각양각색의 젓갈들을 직접 맛보고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특히 현대화된 저온창고에서 10~15℃를 유지시켜 3개월 정도 발효시킨 젓갈로 신선도가 높기로 정평이 나 있다. 이곳에서 올해도 어김없이 젓갈축제를 연다. 다음달 14일부터 18일까지 5일간 열리는 축제에는 황산골 선비밥상. 젓갈뷔페. 젓갈 주먹밥 먹기. 외국인 까나리액젓 김치 담그기 대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치러질 예정이다.

강경포구 바로 위 80m 야산 정상에 자리한 옥녀봉도 꼭 둘러볼 만한 곳. 논산팔경의 하나로 꼽히는 옥녀봉에 오르면 사방이 확 트여 강경읍내와 산 아래를 굽이치는 금강과 황금 물결의 논산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논산시 문화관광과 041)730-1224. ◆개성 넘치는 사찰순례

논산에는 나름의 고유한 색과 전통미를 지닌 절이 세 곳 있다. 그 중에서 으뜸은 시내에 인접한 관촉사. 이 절에 들어서면 무엇보다 국내 최대의 석불(18.2m)인 석조 미륵보살입상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고려 광종 19년(968년)에 공사를 시작해 38년의 역사 끝에 완성된 작품이다. 8각형의 관을 쓰고 있는 미륵불은 이마가 좁고 턱이 넓은 사다리꼴 얼굴이 특이하다.

또 관의 네 귀에는 청동제 방울이 달려 있고 오른손에는 꽃가지를 들고 있다. 현재 보물 제218호로 지정되어 있다.

쌍계사 대웅전도 그에 못지않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다양한 꽃이 수놓아진 문살이 아름다운 쌍계사 대웅전은 건축 연대를 알 수 없지만 조선 영조 14년(1738년)에 중창했다는 기록이 있다.

대웅전 꽃살문은 그 섬세함과 정교함에 어디에도 비할 데 없다. 문살에 조각된 꽃무늬는 국화. 작약. 목단. 무궁화 등으로 화려하게 채색되어 있다. 대웅전 내부 또한 예술미가 묻어난다.

천장과 기둥에 그려진 단청들은 오랜 세월 탓에 약간 빛이 바랬지만 고색창연함이 그대로 살아있다. 불상 위에 씌워진 닷집도 무척 인상적이다.

개태사도 빼놓을 수 없는 유명한 사찰이다. 바로 고려 태조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고 이를 기념하여 세운 개국사찰. 보호각에 봉안된 보물 제219호인 삼존석불이 특히 눈길을 끈다.

중앙의 본존불은 발톱까지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등 전체적으로 조각의 선이 굵고 강해 고려시대 대표적인 석불로 그 가치가 상당하다. 또 뜰에 있는 대형 가마솥도 볼거리. 옛날에 50여명 분의 밥을 지었다는 이 가마솥은 우리나라 최대의 가마솥으로 그 크기에 압도당한다.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기타 가볼만한 곳:대둔산도립공원.윤증고택.탑정호 등. 문의 041-730-1224

▷가는길:경부고속도로→옥천IC→대전남부순환도로→서대전IC→호남고속도로→계룡IC나 논산IC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