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대구시..."투자하기 겁난다"

입력 2004-09-14 10:51:27

대구시가 옛 삼성상용차(대구 파산동) 부지에 우량 기업 투자유치 작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당초 지난달 공장을 착공할 예정이었던 희성전자가 착공예정시기를 한달이나 넘겼지만 착공은 커녕 입주계약조차 맺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가 올 초 유치전을 벌였을 당시 희성전자에 제시한 분양가격을 번복, 더 높은 분양가를 요구하기 때문으로 희성전자측은 당초 약속에 근거한 분양가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투자축소도 불사한다는 방침이어서 대구시의 '말바꾸기'로 인해 자칫 상용차부지 투자유치작업이 꼬여들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희성전자는 지난 5월 상용차부지 3만2천여평을 분양받아 LCD, PDP, 디스플레이 라인 등을 만들기로 대구시와 합의, 지난달 공장 착공에 들어간다는 방침이었으나 이 달 14일 현재 분양가를 통보받지 못해 분양계약조차 못하고 있다. 희성은 구미지역 납품처의 LCD 6세대 라인이 이 달부터 양산에 돌입하는 등 하루 빨리 자사 공장 증설이 이뤄져야하지만 대구시의 결정 지연으로 현재 '마냥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희성측에 따르면 대구시가 최초 상용차 부지를 권했을 당시 성서4차단지 분양가 수준(평당 60만원대) 보장 등 '유리한 조건'을 약속, 이에 맞춘 투자계획을 세웠으나 최근 들어 부지개발.분양을 맡은 대구도시개발공사가 분양가를 올리면서 평당 분양가가 80만원 내외수준까지 치솟았으며 대구시도 분양가 인하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대구시는 공장착공 예정일을 한달이나 넘겼는데도 분양가를 확정하지도 못한 채 계약을 미루기만 하고 있다는 것.

희성측은 당초 LCD클러스터로 떠오르고 있는 경기도 파주지역에 공장설립을 계획했다가 대구시의 '유리한 조건' 제시로 파주공장 규모를 절반으로 축소, 대신 대구공장 증설을 확정했으나 대구시가 말을 바꾸면서 큰 부담을 안게 됐다고 했다. 더욱이 희성측은 분양가가 당초보다 크게 오른 상황에서 300억원에 이르는 분양대금의 일시납부를 요구받고 있다는 것.

희성전자 한 관계자는 "대구시가 당초의 분양가 제시액을 지키지 않은 것은 물론, 당초 약속한 위치도 일방적으로 바꿨다"며 "위치 변동은 수긍할 수도 있지만 분양가 부분에서만큼은 대구시의 약속 불이행에 대해 당황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희성측은 예정된 투자규모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대구시가 뒤바뀐 분양가를 고수할 경우, 당초 대구에 계획했던 LCD 부품라인을 파주로 이전하는 등 상용차부지에 대한 투자를 축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평당 75만원에서 80만원 사이에서 분양가를 결정할 예정이며 이 가격은 성서4차단지보다 불과 몇 만원 높은 가격이어서 기업 입장에서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며 "최종 분양가 산정에 시일이 걸려 일단 잠정 분양가를 결정, 다음달 중 희성전자와 가계약을 맺고 11월중엔 착공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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