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장터 "불황 몰라요"

입력 2004-09-06 15:43:38

"요즘은 중고품 없어서 못 팔아요."

지역경기의 장기불황에다 고유가 행진이 이어지면서 서민경제가 어려워짐에 따라 '중고가게'가 활기를 띠고 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중고장터에는 값싸게 물건을 사려는 시민들로 넘쳐나고 있으며 중고 상설매장은 일반 매장과는 달리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

여름기간 동안 문을 닫았다가 지난 3일 달서구 두류공원내 문예회관 앞 도로에서 열린 대구시의 '대구사랑나눔장터'(매주 금요일 개장)에는 무려 2만여명의 시민이 찾아 북새통을 이뤘다.

행사를 준비했던 대구시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중고품을 사러 온 시민 뿐만 아니라 물건을 팔겠다는 시민도 너무 많아 혼잡을 우려, 신청자 500명 가운데 300명을 1차로 뽑아 매장을 나눠 주었다"며 "지난해에도 인기가 좋았지만 올들어 찾는 시민이 부쩍 증가한 것 같다"고 밝혔다.

수성구 지산동 지산아파트5단지 지하상가에서 지산복지관 주최로 지난 1일 열렸던 수요장터에도 수많은 인파가 몰려 큰 혼잡을 빚었다.

복지관 장혜숙 복지사는 "노트 한권 및 펜 한 자루가 100원씩, 옷 한 벌에 1천원 정도지만 하루 20만원의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며 "소문을 듣고 달서구 지역이나 멀리 경북 구미에서도 손님이 찾아 오는 등 40평 규모의 장터에 사람들이 몰려 정신없이 바빴다"고 말했다.

또 대구노인인력지원기관에서 한달에 한번씩 벌이고 있는 나눔장터도 7월에 50만원에 불과했던 수익금이 8월에는 200만원 가까이 올라 재활용품의 인기를 입증하고 있다.

상설 중고매장도 호황을 누리기는 마찬가지.

8년째 운영중인 중구 삼덕동 녹색가게(대구YMCA운영)는 교환위주의 영업을 펼치면서도 월 평균 45만원 정도 수익을 얻고 있다

정선영 녹색가게 담당은 "물량도 많아지고 찾는 시민도 늘고 있다"며 "전화문의도 하루 평균 20통씩 오면서 40~50명의 사람들이 가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쇼핑 9층에 마련된 아름다운 가게 1호점의 곽연하 매니저도 "8월 평균 일일 매출이 40만원 정도이며 행사가 있는 주말에는 150만~200만원까지 매상이 오른다"며 "유가급등과 체감경기 악화로 재활용품 가게를 찾는 시민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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