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호 '길' 15일 한일극장서 시사회

입력 2004-09-06 09:43:36

개봉관을 구하지 못해 사장될 위기에 처했던 영화가 관객의 힘으로 스크린에 걸리게 됐다.

1980년대 한국영화 흥행사였던 배창호 감독의 17번째 작품인 독립영화 '길'(제작 이산프로덕션)이 오는 15일 오후 7시 시네시티 한일 6관에서 일반 관객들이 마련한 시사회를 가지는 것.

이번 시사회는 지난 7월 대구 출신 배창호 감독의 저예산 독립영화가 상영관을 찾지 못해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작됐다.

고향 출신 감독을 돕자는 의견이 지역 한 영화보기 모임 회원들 사이에서 돌게 된 것. 이후 회원들은 시사회를 위해 십시일반으로 모금을 벌였고, 상영관을 구하기 위해 지역 극장주들을 일일이 만나 설득도 했다.

결국 그들이 판 발품은 한 달 만에 좋은 결실을 맺게 했다.

특히 이번 시사회는 영화제작사나 배급사가 준비해 관객을 초청하는 방식의 일반적인 시사회와는 정반대로 관객들이 힘을 모아 시사회를 열어 영화제작진을 초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영화 '길'의 제작을 맡은 이산프로덕션 강충구 대표는 "관객들에 의해 사라질 뻔한 좋은 영화가 살아남게 돼 대구시민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며 " 이번 사례가 일반 관객들을 중심으로 독립 및 저예산영화 같은 작은 영화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시사회를 성사시킨 관객들은 대구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사모임인 '좋은 영화 보기 모임' 회원들로, 이 모임은 영화의 비주얼한 장면이 미술세계에도 도움이 된다는 취지로 지난 4월 대구지역 미술인 10여 명에 의해 탄생했다.

회원들은 매달 한 번씩 신라갤러리에서 예술영화를 함께 관람한 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후 4차례 모임을 하면서 회원 수도 20여 명으로 늘었다.

회원인 조미향(경신고 교사)씨는 "좋은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비상업적 영화라는 이유로 관객들에게 선보일 기회조차 얻을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시사회를 준비하게 됐다"며 "시사회에만 그쳐 아쉬움도 크지만 앞으로도 더 많은 좋은 영화들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영화 '길'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전라도가 고향인 한 대장장이 사내의 긴 여정을 담아낸 영화로 올 초 촬영을 마쳤지만 상업영화가 아닌 비주류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그동안 배급사와 극장주들에게 철저히 외면을 당해왔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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