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학교 인질극 52시간

입력 2004-09-03 21:39:05

무장괴한 진입서 무력 진압까지

러시아 북오세티야공화국에서 발생한 학교 인질사태가 발생 52 시간여만인 3일 오후 1시(이하 현지시간)에 막을 내렸다.

지난 1일 오전 9시 정체불명의 무장괴한들이 개학식이 열리던 북오세티야 베슬란의 학 학교에 진입하면서 시작된 인질극은 폭음과 총성을 신호탄으로 벌거벗은 인질들이 학교에서 도망쳐 나오면서 그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무장괴한의 학교진입과정에서 발생한 총격전으로 8명이 사망하고 10여명이 부상하면서 사건 초기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였던 이번 사건은 결국 마지막 순간에5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 끔찍한 인명피해를 남겼다.

자살폭탄 벨트를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던 인질범들이 학교에 진입한 직후 학생50여명이 극적으로 탈출하고 인질범들이 학생 15명을 석방하기도 했지만 인질범들이장악한 교내에는 아직도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인질로 잡혀 있었으며 인질범들의인질살해 위협도 계속됐다.

휴가 중이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사건발생 사실이 알려진 직후인 1일 낮급거 모스크바로 돌아오는 등 비상체제에 들어간 러시아 정부는 그날 밤 인질범들이중재인으로 요구한 소아과 의사 레오니드 로샬을 현장으로 급파, 인질범들과 협상을시작했다.

유엔도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소집해 학교 인질사태를 논의하는 등 국제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인질이 1천500여명에 달한다는 미확인 보도까지 나오면서 국제사회의 우려도 한층 고조됐다.

인질사건 이틀째인 2일에는 러시아 정부가 즉각적인 무력사용 가능성을 배제한데 이어 같은날 푸틴 대통령이 인질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발표, 무력을 사용한 진압작전에 대한 우려가 어느 정도 가라앉은 가운데 같은날 오후 억류 중이던인질 일부가 추가 석방됐다.

또 협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평화적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일었으나인질 추가석방에 앞서 두차례 대규모 폭발이 발생하는 등 인질극이 발생한 학교 주변에는 여전히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같은날 인질범 가운데 여성 2명이 지난 1일 인질들과 함께 자폭, 20여명이 사망했다는 러시아 언론의 보도로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러시아 언론들은 인질범들이 인질을 추가석방한 것은 음식물이 부족한 상황에서연약한 인질들을 조금씩 풀어주면서 협상을 장기화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 장기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사건 마지막날이 된 3일 오전은 별다른 사고없이 지나가 인질극 장기화에 대한우려가 고조되고 있으나 오후 1시 학교 주변에서 강력한 폭발음과 함께 격렬한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30여명의 학생들이 학교건물에서 뛰어나오자 중무장한 특수부대 병사 100여명이학교건물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인질범들이 탈출을 시도하는 인질에 총격을 가하고 특수부대원들이 응사하는 혼란스런 상황이 한동안 계속됐으나 결국 특수부대가 학교를 장악, 인질들의 안전을확보했다.

그러나 현지 보도에 따르면 체육관에 약 100구의 시신이 놓여있고 부상자도 400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52시간의 전율적인 인질극은 결국 500여명 사상이라는 참극을 남긴채 종료됐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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