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도 미워못 할 박한이

입력 2004-09-03 14:19:06

삼성라이온즈 박한이는 구단 프런트와 코칭 스태프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선수 중 한명이다.

공.수.주 3박자를 완벽하게 갖춘 그는 대학 때부터 국가대표를 거치며 주목받은 스타플레이어다.

하지만 박한이는 경기 때마다 능력을 인정받는 프로야구 선수로는 오해를 살만한 행동(본헤드 플레이)을 해 비난의 '도마'위에 오르곤 한다.

박한이만큼 야구를 잘 하는 선수도 많지 않지만 그만큼 엉뚱한 플레이도 잘 하는 선수가 없다는 것이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에게도 박한이의 움직임 하나 하나를 지켜보는 것이 '관전 포인트'가 됐다.

박한이가 지난 1일 한화전에서 보여준 어이없는 주루 플레이가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박한이는 5회초 1사 후 좌익선상으로 빠지는 2루타로 진루한 뒤 다음 타자 박종호가 중견수를 넘기는 2루타를 쳤으나 플라이볼로 착각해 귀루 하다가 태그아웃 당했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양준혁은 삼진 아웃으로 물러났다.

팽팽한 0의 행진이 계속되던 상황에서 삼성은 2루타를 2개나 치고도 박한이의 본헤드 플레이로 득점에 실패한 것. 5회말 수비에 나선 박한이는 스스로도 놀란 듯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박한이는 3대1로 근소하게 앞서던 8회초 1사 주자 2, 3루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홈런을 터뜨려 30여분 사이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박한이의 어이없는 주루 플레이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6월 10일 기아전에서도 1회말 선두 타자로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날린 뒤 투수-유격수로 이어지는 견제에 급하게 귀루하다 오른발목을 접지르는 부상을 당해 2경기에 출장하지 못했고 팀은 1대3으로 패했다.

당시 "스탠드에 애인이 왔는 지 야구에는 집중하지 않고..."라며 힐난했던 삼성 김응룡 감독은 1일 경기가 끝난 뒤 "박한이가 완전히 정신이 없어. (5회에)치기는 잘 쳤으니 울리고 웃기고 혼자 다 한 거지"라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는 "그래도 야구는 잘 하니까 미워할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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