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세계 최대 골프장

입력 2004-09-01 15:00:00

우리나라에 골프가 들어온 것은 약 100년 전이다.

1913년 함경남도 원산 근처에 외국인 전용 코스가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있고 1924년에는 영친왕(英親王) 부처가 일본에서 골프를 즐겼으며 이따금 서울에 와서 골프를 쳤다는 사실로 보아 근대화 물결과 함께 한반도에 자연스레 상륙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흥미로우면서도 낯선 이색 스포츠만큼 한국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경우도 드물 것이다.

▲먼저 골프는 권력과 부의 상징이었다.

앞 뒤 경기자 없이 텅 비워놓고 치는 것을 '대통령 골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권위적이었다.

80년대 한국경제가 성숙하면서 골프는 기업쪽으로 급속히 퍼져나갔고 '신사 스포츠'라는 미명아래 중산층으로까지 파고들었다.

이제는 미국 여자골프계를 아예 한국 낭자군이 압도할 정도로 커 버렸다.

그러나 골프는 여전히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직자 '골프 금지령'이 내려졌지만 얼마 안가 흐지부지 되는 것 또한 우리의 현실이다.

▲지금 전국은 골프장 건설 광풍에 휩싸여 있다.

호화 스포츠인만큼 골프장이 가져다주는 파급효과는 지대하다.

정부조차도 현재 건설 중인 250여개 골프장이 완공되면 최소한 5만명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이라며 골프장 자유화에 무게를 두고있다.

오히려 지자체가 한술 더 뜬다.

최근 전남 해남군에 수십개의 골프장이 들어선다고 하더니 전북도는 새만금지구에 아예 540홀 규모의 세계 최대 골프장을 건설하겠다고 한다.

현재 세계 최대인 중국 광둥성 '미션힐스골프장(180홀)'의 3배라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아직 성사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이를 보는 국민의 눈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이제 겨우 소득 1만 달러 언저리를 맴도는 한국경제와 이런 폭발적인 골프장 건설과는 아무래도 균형이 맞지않기 때문이다.

골프장은 부가가치가 높은 대신 투자가 엄청 요구되는 사업이다.

게다가 골프장은 다른 산업으로 대체가 불가능하다.

이웃 일본도 과거 건설했던 골프장을 최근에는 건설비의 10분의 1 가격으로 외국인들에게 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소득과 정신문화는 중진국 수준인데 스포츠와 유희(遊戱)문화는 이미 3만달러 시대를 앞질러 살고있는 것은 아닌지 그 종착역이 사뭇 걱정이다.

윤주태 논설위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