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가 팍팍하다.
지치고 힘든 삶 때문에 어딘가에 기대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아진 요즘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영화계에는 지난해 '콩가루 집안'이 득실대던 영화 대신 해체된 가족을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3일 나란히 개봉하는 '가족'과 '돈텔파파'는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가족 소재의 영화다.
힘들 때 같이 있어줄 수 있고, 진심으로 자기가 잘 되는 것을 바라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인 가족. 이번 한 주는 가족, 그것도 아버지의 진한 사랑에 맘껏 취해보자.
◇가족
중견 배우 주현과 신인 배우 수애가 만난 영화 '가족'(이정철 감독·튜브픽쳐스 제작)은 손수건이 빛을 발하는 눈물나는 영화다.
단 한 번도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 채 이미 오랜 갈등으로 어긋날 대로 어긋나버린 아버지와 딸이 어떻게 서로 용서해 나가는가를 사실적이면서도 극적으로 그려낸 작품. '집으로'와 '인어공주'의 뒤를 잇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 가족영화는 꽤나 정성을 곁들인 관찰자의 시각으로 부녀간의 서먹하고 불편한 관계를 짚어내며 객석의 공감을 이끈다.
3년 만에 감옥에서 출소한 전과 4범의 딸(수애)은 아버지(주현)가 무척이나 미운 대상이다.
술주정뱅이 아버지는 그 괴팍한 성격 탓에 직장에서도 퇴출당했고 어머니도 돌아가시게 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전직 경찰 출신인 아버지의 눈에도 탈선의 길을 걷는 이 못난 딸의 모습이 그리 탐탁하지 않다.
하지만 가족의 힘은 위대하다고 했던가. 새출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딸이 조폭들에게 쫓기는 등 극한 상황에 치닫게 되면서 두 사람은 굳게 닫혔던 마음을 열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아버지와 딸이 엮는 이 감동의 드라마는 시종일관 진지한 시선으로 담담하게만 흐른다.
그러나 영화는 무척 위험한 줄거리로 포장된 느낌이다.
관객의 허를 찌르는 반전에 익숙한 요즘 관객들에게, 그것도 한국식 코미디 요소에 전혀 기대지 않은 70년대식 신파극 같은 이 영화는 어떤 식으로 비칠까. 너무 진부하고 낡은 방식이 아닐까.
하지만 약점인 듯 보였던 '뻔함'이 오히려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됐다.
뻔하다는 것을 다르게 해석하면 보편적이라는 말이 되지 않을까. 이런 보편성은 영화를 바라보는 관객들에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가족간의 사랑'이라는 감정에 빠져들게 하고, 요즘 같은 각박한 세상에서 흔히 잊기 쉬운 '아버지의 사랑'에 대해서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극장문을 열고 나서는 당신에게 누군가 온 가족이 함께 볼만한 영화냐고 묻는다면 분명 '예'라고 답할 그런 영화다.
여기에 30년 연기인생을 대변하는 주현의 농익은 연기와 수애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연기는 어떤 수식어도 첨부하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의 가족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한 느낌이다.
1시간 30분이라는 러닝타임은 관객들이 그동안 너무 가까이 있어 잊고 지냈던 가족애에 대해 흠뻑 샤워할 수 있는 시간으로 충분하다.
상영시간 95분, 15세 이상 관람가.
◇돈텔파파
영화 '가족'이 부녀지간의 사랑을 그렸다면, '돈텔파파'(이상훈 감독·기획시대 제작)는 부자간의 사랑이 주메뉴다.
'돈텔파파'로 제목이 바뀌기 전 '아빠하고 나하고'라는 가제가 더욱 어울릴 법하게 아버지와 아들의 눈물 찔끔 나는 사랑이야기를 그렸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이상하다.
개봉도 하기 전부터 '웰 메이드 영화 포기 선언'까지 해가며, 스스로 '싸구려 오락물'임을 선언하고 나서다니. 경기도 안 좋고, 한국영화 점유율도 갈수록 떨어지는 등 근사하게 치장해도 가당찮을 이 판국에 제작자나 감독이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하는 의아함만 앞선다.
TV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기량을 쌓은 이상훈 PD의 충무로 데뷔작인 '돈텔파파'는 그래서인지 거창한 평은 부질없을 듯하다.
'웃고 싶은가? 그러면 웃어라'라는 명제에 충실한 이 영화는 시종 말초신경을 자극하며 가벼운 웃음으로 공략했다.
그런 와중에도 신파조의 눈물도 동반하고 있다.
이야기는 흔하고 상투적이다.
세상 물정 모르는 두 남녀(정웅인, 채민서)가 우연히 만나, 술에 취하고, 눈이 맞아 하룻밤을 지내고, 덜컥 아이(유승호)가 생기고, 여자는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고, 결국 그 아이를 남자가 키우다가 나중에 여자가 '짠'하고 나타나 아이를 빼앗으려 한다는 그렇고 그런 얘기. 앞서 얘기한 영화 '가족'처럼 가족간의 사랑이야기는 진부하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그런 진부함을 어떻게 커버했을까.
핵심은 기본 이야기 얼개에 따라붙은 날개들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의 주인공은 정웅인이나 채민서가 아니다.
잠시 나와 얼굴을 비추는 여러 카메오와 조연들이 영화를 빛나게 한다.
트랜스젠더로 파격적인 연기변신을 한 임호와 김지영, 정보석, 조형기, 김미화, 이영자, 유정현 등 여러 장르의 스타들이 나서면서 그렇고 그런 영화들과 차별화를 선언한다.
이런 매력 때문에 지난 19일 개막한 제1회 대전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상영되기도 한 이 영화에 대해 대구영화팬들은 얼마만큼의 별을 붙여줄까. 상영시간 102분, 15세 이상 관람가.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사진: 영화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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