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군위 제2석굴암·한밤마을

입력 2004-09-01 09:52:01

'대구에서 팔공산 한티재를 넘어가면/ 보물인 제2석굴암과 내륙의 제주도인/ 한밤 전통마을이 있다는데/ 초가을 자연의 정취를 만끽하며/ 한바퀴 돌아나 볼까나/ 얼∼쑤'

대구와 칠곡 동명에서 팔공산을 넘어도, 중앙고속도로 가산 나들목에서 효령를 거쳐 부계에 들어와도 한 시간이면 족한 군위군 부계면 팔공산 자락. 대구·경북사람이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팔공산은 시·도민들의 최대 휴식처로 자리잡았다.

특히 지난 여름 열대야로 한달여 동안 잠못이루는 밤을 보낸 많은 시·도민들이 제일 먼저 찾은 곳도 팔공산이다.

어느덧 입추와 처서가 지나고 초가을. 과수원의 사과는 이미 붉은 빛으로 물들어 추석 차례상에 오를 준비하고 있으니 가을을 앞두고 팔공산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자연의 정취를 만끽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화강석굴…극달화상 창건

▨제2석굴암

경북 군위군 부계면 남산리 산 15번지에 소재한 군위 제2석굴암 삼존석불. 국보 109호로 신라 불교의 초기때인 소지왕 15년(493) 극달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해오고 있다.

석굴은 화강암으로 구성돼 하나의 이상적인 자연석굴 사찰을 이루고 있다.

지상에서 약 20m의 높이에 동남쪽을 향해 팔공산 상상봉을 바라보며 자연암벽의 단애에 삼존석불이 안치돼 있다.

굴의 입구는 높이가 4.2m, 거의 둥근 모양을 하고 있는 굴속 길이는 4.3m로 평면바닥은 네모 반듯하며, 천장은 하늘형상이다.

석굴에는 본존인 아미타불이 중간에 자리하고 있으며 오른쪽에는 대세지보살, 왼쪽이 관세음보살로 두 보살의 호리가 본존쪽으로 약간 틀고 있어 모양새가 자연스럽고 큰 후광 둘레에는 불꽃무늬가 새겨져 있다.

특히 석굴에서 바라보는 팔공산은 아늑하다 못해 신라 사람들이 산이나 개울에도 신앙으로 인한 깊은 인연으로 맺어지기를 바랐던 마음씨를 읽을 수 있는 흔치않은 대목이다.

군위 제2석굴암 회주 법등 스님은 "군위 제2석굴암 삼존석불은 경주 토함산의 석굴암보다 1세기 정도 앞서 조성돼 세계 유네스코 문화재로 등록해도 손색없는 우리의 보물로 신라시대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세계적인 석불"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특히 "팔공산에는 한때 8만9 암자로 불성의 정도를 가늠케 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체험농장·전통가옥 즐비

▨사과마을과 한밤전통마을

제2석굴암에서 조금 아래 동산리로 내려오면 공군부대와 대율리로 내려가는 삼거리가 나오는데 이 삼거리에는 한 마리의 백말이 힘차게 하늘을 차고 오르는 동상이 있다.

동상을 뒤로 하고 마을로 들어가면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된 동산1리다.

팔공산 사과마을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 마을은 팜스테이지, 즉 공동민박집(임순균·011-9586-1674 )인 30평 규모의 하얀 펜션과 체험농장, 농가식당 등이 있으며, 농사체험은 물론 손두부와 떡 등을 만드는 체험도 할 수 있다.

바로 밑 대율리는 '육지의 제주도'라 불리는 한밤전통마을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 곳은 집집마다 돌로 담장을 쌓아 마치 제주도에 온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

한밤전통마을의 명물로 알려진 높이 1.5m, 폭 50cm의 돌담은 담쟁이 넝쿨 등이 뒤덮고 있어 가을의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특히 이 마을은 부림 홍씨 집성촌으로 상매댁(上梅宅) 또는 쌍백당(雙栢堂)으로 불리는 전통가옥이 있다.

250년 전 건립 당시 의흥현(義興縣) 최고의 가옥으로 남촌(南川)고택으로 불리기도 한다.

부림 홍씨 입향조(入鄕祖)인 노(魯)의 10세손인 홍우태(洪禹泰)의 살림집으로, 그후에는 주손(胄孫)들로 이어지면서 수차례에 걸쳐 중수해 왔는데 현재는 '상매댁'으로 불리는 이귀남(92) 할머니가 자식들을 거느리고 살고 있다.

게다가 쌍백당 돌담장 밖에는 수령 300년이 지난 잣나무 두 그루가 고택을 지켜오고 있는데 상매댁이 거처하는 안채 2층 다락방에는 작은 봉창문이 여러개 있어 고택치고는 이채롭다.

쌍백당 바로 옆에는 현재 마을 경로당으로 사용되는 대청(大廳)이 있다.

조선초기에 건립된 대청은 임진왜란때 소실됐고, 그후 효종과 숙종때 각각 수리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는데 현재의 건물은 1632년에 중창돼 학사로 사용돼 왔다.

인근 동물원·인각사 위치

▨가볼만한 곳

석굴암온천호텔 내에는 반달곰과 일본원숭이 등을 볼 수 있는 무료 동물원이 있다.

공군부대쪽 동산계곡 곳곳에는 요즘 태풍 뒤 많은 비로 시원한 계곡물이 흘러내리고 있어 삶에 찌든 심신을 털어버릴 장소로 손색이 없다.

정영원(55·칠곡군 동명면)씨는 "가족, 친지들과 일주일에 한 번은 팔공산 자락과 계곡을 찾아 심신을 달래고 있다"고 했다.

이밖에 고로면에 신라고찰 인각사가 있고, 효령면에도 폐교된 구장군초교에 경북대가 자연사박물관으로 운영해 자녀들에게 또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해 주는 등 팔공산 자락에는 먹을거리와 볼거리가 풍부하다.

군위군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팔공산 터널이 뚫리면 팔공산은 대구 시민의 전원주택지로 또한번 변신하게 된다.

보리밥·오리구이 유명

▨맛집

한티재 정상에서 팔공산 순환도로 타고 10분쯤 내려오면 좌측에 있는 '마당넓은 집(054-383-9963)'은 보리밥과 오리·닭 등 화로숯불구이 전문집. 팔공산 자락의 많은 식당 중 원조격이다.

상추와 배추 등 각종 야채는 집에서 무농약으로 기른 채소를 내고 있으며 무농약 재배 콩으로 만든 된장은 웰빙 열풍을 타고 손님의 발길을 끌고 있다.

가격도 저렴하지만 후식으로 내놓는 솔잎차가 일품. 솔잎차는 봄에 막 나온 솔잎을 따서 1년동안 숙성시켜 만든다.

군위·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사진: 제2석굴암에서 내려다본 사찰 경내. 모전탑 양식이 경주 분황사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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