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횡포 더이상 못참아"

입력 2004-08-31 12:02:55

대구.경북 중소기업들이 대기업들의 원료 가격 인상과 납품 단가 인하 등으로 고사 위기에 몰리자 이에 맞서 단체 행동에 나서기로 하는 등 이례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국내 업계 관행상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요구에 대해 집단 반발하는 것은 드문 일이어서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대구.경북견직물조합은 30일 원사값 폭등에 따른 대책 마련을 위해 조합 회원사 회의를 열고 메리야스, 직물 등 대구.경북 섬유조합들은 물론 코오롱, 효성 등 한국화섬협회와 함께 화섬 원료 가격 안정화를 정부에 공식 건의하는 방안 등을 집중 논의했다.

대구.경북견직물조합은 석유화학업체들이 폴리에스테르 원료 에틸렌글리콜(EG), 나일론 원료 카프로락탐 가격 등을 대대적으로 인상, 올초만 해도 1달러 내외에 불과했던 원사값이 거의 배 이상 급등할 조짐을 보이면서 석유화학 대기업들은 큰 호황을 맞고 있는 반면 업계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됐다며 공동 대응에 나섰다.

또 대구 7개사를 비롯, 전국 24개사가 연합한 자동차주물부품생산협의회는 현대, 기아 등 완성차 대기업들이 납품 가격을 원가 이하로 내렸다며 주물공급 중단 등 강경 대응 방침을 고려하고 있다.

주물업체들은 완성차업계가 원자재가격 급등 현상이 최근 진정되고 있다며 이달 초 kg당 1천160원 수준의 납품단가를 30~60원 인하하겠다고 방침을 정하자 고철·선철. 몰리브덴, 니켈, 크롬 등의 원료 가격은 다시 급등하는 추세라고 반박하고 있다.

ㅎ금속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멋대로 원료 가격 인상분을 반영한다면 단체 행동으로 강력히 맞설 수밖에 없다"며 "엄격한 가격 연동제를 실시, 원료 가격 변화에 맞춰 실시간 납품단가를 결정해 업계간 갈등을 방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도 대구.경북 50여개 등 전국 300여개의 플라스틱 업체들이 잇따라 도산하자 27일 정부에 대해 대기업들이 폴리에텔렌, 폴리프로필렌, PVC 등 유화 원료가격 인상을 자제하도록 공식 건의했다. 중기협은 유화 원료 가격이 급등하고 있지만 관련 중소기업들은 이를 제품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생산 가동 중단 등의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정부가 유화 원료 가격을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동결 해 줄 것을 요구했다.

중기협 대구.경북지회 심규섭 지회장은 "국내 제조업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쓰러지면 최대 소비자를 잃은 대기업 또한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대기업들이 중소기업들의 위기 상황을 헤아려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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