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피곤할테니 집안일 함께"
"아빠, 빨리요." 중학교 큰아들 등교 준비에 땀이 뻘뻘난다.
누가 정해 놓지는 않았지만 작은녀석 도운이가 아내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우리 부부는 자연스럽게 일을 분담하게 된다.
둘째가 태어난 뒤로 아버지인 나의 집안 일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아내를 도와 집안 대소사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은 얼마되지 않는다.
모두들 자기에게 맞는 일이 있다는데 난 사실 활동성이 있는 일이 어울린다는 것을 늦게서야 깨달았다.
어느 날 약국이란 좁은 공간에서 일을 하는 것이 지겹고 왠지 따분한 생각이 들어 아내에게 다른 일을 하고 싶단 말을 하고 싶었지만 눈치만 보고 세월 보내기를 여러 해.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단 말을 들은 아내는 의외로 "당신이 원한다면 하고 싶은 대로 해보세요. 1년간은 제가 살림을 어떻게 살아보지요." 난 그런 아내를 믿고 그동안 하고 싶은 골프를 시작하고 프로 자격을 땄다.
그리고 관련 사업도 벌여 재미있게 잘하고 있다.
아주 늦게 나의 전공과는 아주 다른 일을 하지만 만족스럽다.
아내에 대한 고마움이 나를 가정사에 자연스럽게 동참케 만들고 있다.
이젠 내가 아내를 도울 차례라고 생각한다.
요즘 아내는 무척 바쁘다.
논술강사로 이리저리 뛰면서 봉사클럽활동에도 재미를 붙인 듯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다.
불교대학도 다니고 운동도 시작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몸부림 치던 일을 회상하면서 아내에게도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싶다.
아이들에게도 집에서 기다려주는 어머니의 자리에서 밖에서 일하는 어머니의 자리로, 나에게도 함께하는 사회 동반자의 자리로 만들어 주려고 한다.
그녀의 빈자리를 내가 많이 메워주려고 하지만 경상도 남자의 기질 탓에 쉽지는 않다.
힘들지만 즐겁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가정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고 내가 힘들어 할 때 잘 도와주고 끌어준 아내, 이젠 내가 그런 아내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그가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하도록 도와주고 싶다.
오늘은 도운이의 자전거를 수리점에서 찾아주어야 한다.
친구 만나 저녁에 한 잔 하기 전에 집에 한번 다녀와야겠다.
도운아, 아빠가 간다.
문인동·범어골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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