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朴槿惠) 한나라당 대표의 진노는 작심한 듯 거침이 없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박 대표의 반격에 의원들은 고개를 저었다.
일각에서는 당 분열의 파열음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사과하고 사퇴하라"=29일 전남 구례 농협 연수원에서 열린 연찬회는 시작부터 비주류들의 공세가 이어졌다.
이재오.이방호.김문수.권오을.박계동 의원은 박 대표를 겨냥, '사당화(私黨化)' 문제를 끄집어냈다.
당명 개정 반대를 박 대표의 '집착'으로 몰아세웠고 정수장학회 이사장직 사퇴까지 거론했다.
특히 이재오.김문수 의원은 "왜 과거 문제만 나오면 한나라당은 당당하게 대응하지 못하느냐"고 따지고 들었고, 심지어 당 최고위원이기도 한 원희룡 의원은 "여러 차례 박 대표에게 진언했다.
지금이라도 과거사 반성차원에서 이사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본다"고 몰아세웠고 박계동 의원은 "정수장학회를 국가에 헌납하고 이사장에서 물러나는 것만으론 안된다"고 했다.
◇"뭘 사과하란 말이냐"=박 대표의 마무리 발언은 연찬회장을 블랙홀 속에 빠뜨렸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유신과오를) 사과했고, 골방에서 한 것이 아니라 TV나 라디오 등에서 공개적으로 했다"며 "이것은 대표 흔들기"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지금 사과 얘기하는 분들이 지난 15, 16대 국회에서 소위 실세 자리에 있던 분들이 아니었냐"고 반문한 뒤 "그때는 왜 사과 얘기 한 마디도 없었나. 이렇게 죄 많은 정당을 택한 이유가 뭐냐"고 했다.
발언 강도는 더욱 커졌다.
이재오 의원을 지칭, "저를 혹독히 비판하는 한 분은 '박근혜가 대표되면 탈당한다'더니 안 했다.
남아(男兒)라면 자기가 한 말에 책임지고 남을 비판해야지"라고까지 말했다.
정수장학회 문제와 관련, "정수장학회를 빨리 내놓으라고 하는데 이미 국가에 헌납된 것이다.
나는 하나도 거리끼지 않았다"며 "저쪽(열린우리당)에서 조사단 만들어서 열심히 하고 있어 법정에서 가릴 일이다.
그런 후 (이사장 거취는)내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못박았다.
◇지역 의원 반응=지역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의원들의 직설화법이 딱히 대표를 겨냥하고 있기보다 당 발전을 위한 것인데 지나치게 자신의 일로 받아들여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류와 비주류간 싸움이 본격화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한 의원은 "박 대표의 말이 틀렸다기보다 지나치게 (비주류를)몰아세워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든 측면도 있다"며 "이제부터 비주류의 반격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입만 떼면 개혁이니, 어쩌니 하며 정부 여당 주장에 오락가락 하다 박 대표에게 혼이 난 격"이라며 "그네들(비주류)도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꼬집는 이들도 있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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