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하늘에서 펼쳐진 미녀 새들의 피말리는 스카이 쇼에서 옐레나 이신바예바(22.러시아)가 마지막에 웃었다.
이신바예바는 25일(이하 한국시간) 아테네올림픽 육상 최고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승에서 2살 위의 팀 선배이자 라이벌 스베틀라나 페오파노바(24.러시아)를 보란듯이 따돌렸다.
그리고 우승을 확정한 다음 세계기록인 4m91에 바를 걸어놓고 우아한 도약으로 밤하늘을 갈라 이번 대회 최고의 우승 세리머니를 펼쳐보였다.
다른 선수들이 한참 아래인 4m20에 바를 걸어놓고 땀을 흘리는 사이 이신바예바와 페오파노바는 옷도 벗지 않고 매서운 눈빛을 교환하고 있었다.
작년 7월 이후 둘이 번갈아가며 무려 8차례나 세계기록을 합작한 최고의 적수.
같은 나라의 선후배지만 한치의 양보도 없었고 둘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만 흘렀다.
'세계의 미녀 듀오 대결'로 불리며 남자 100m 못지않은 관심을 불러모은 이날 경기에서 먼저 기선을 제압한 쪽은 페오파노바였다.
금발의 페오파노바는 4m40부터 첫 도약을 시작해 4m70까지 4번을 파죽지세로 넘은 반면 이신바예바는 4m70의 벽에서 내려오다 가슴이 걸려 바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이신바예바는 곱게 묶었던 흑갈색 머리를 산발로 풀어헤치더니 다시 머리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얼굴에는 긴장하는 빛이 역력했고 반대편의 페오파노바는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러나 4m80에서 전세가 역전되기 시작했다.
3위 안나 로고우스카(폴란드)가 4m75에서 떨어져 나가고 둘 만의 경쟁이 시작되자 이신바예바는 한번 실패한 4m70 대신 10㎝를 끌어올려 장대를 잡았고 체조 선수 출신다운 유연한 공중동작으로 바를 넘었다.
매트에 떨어진 이신바예바는 얼굴을 움켜쥐며 포효했고 너무 일찍 우승을 예감했던 페오파노바는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
페오파노바의 다음 도약은 4m80부터 5㎝씩 높이며 3차례 이어졌으나 모두 바를 건드렸고 이신바예바는 4m85를 또 한번 여유있게 넘어 금메달을 확정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페오파노바 대신 기록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이신바예바는 금메달의 감격을 잠시 잊고 다시 장대를 잡은 뒤 자신이 한달 전 세웠던 4m90보다 1㎝를 끌어올려 바를 넘었다.
이신바예바가 러시아 국기를 등에 매고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자 라이벌의 환호를 지켜보던 페오파노바는 조용한 박수로 축하를 보냈다.(연합뉴스)
사진 : 러시아의 옐레나 이신바예바가 24일 2004 아테네 하계 올림픽 육상 여자 장대높이 뛰기 결승에서 경기하는 모습.(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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