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네덜란드 모델

입력 2004-08-19 15:51:17

갈림길에서의 선택은 쉽지 않다.

순간의 선택이 장래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난해한 미로(迷路)일수록 갈림길이 많은 것 또한 이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이 유희 게임이 아닌 국가 중대사라면 '손바닥에 침튀기기'로 진로를 결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먼저 역사와 경험에서 해답을 찾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지금 한국의 어수선한 노사문화 정착을 위해 절실한 것이 바로 이러한 노력이다.

▲제나라 환공이 산중에서 길을 잃고 헤맬 때, 관중(管仲)이 늙은 말을 풀어놓고 그 뒤를 따라가 마침내 길을 찾았다.

노마지지(老馬之智)의 지혜를 빌린 것이다.

그런데 최근 한나라당이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있는 노조의 강성투쟁 해결을 위해 하나의 '노마지지'를 찾은 모양이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이 "지금 경제는 보통 수단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다"며 네덜란드식 노사모델인 노사정 대타협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델은 노사분규가 극심하던 지난해 6월, 이정우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이 제안한 것으로 재계와 정치권에 의해 난도질 당했는데 반대하던 한나라당이 1년만에 태도를 돌변, 이를 새삼 들고나온 것은 아이러니컬 하다.

이를 국민은 어떻게 받아들여야할 것인가. 어쨌든 네덜란드 모델은 1982년 11월 당시 노조는 임금동결과 해고절차 간소화에, 사용자는 노조의 경영참여,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 확대 등에 합의한 것을 말한다.

소위 '바세나르 협약'으로 저성장.고실업의 '네덜란드 병'(Dutch disease)을 치유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문제는 네덜란드 모델의 핵심은 합의(consensus)라는 사실이다.

즉 노조가 경영에 참여하는만큼 자신들이 져야 할 책임을 명확히 하고, 사용자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양심적인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합의'를 말한다.

그리고 당시의 슬로건은 노사 모두가 극한 상황에서 '망하는 것보다야 조금이라도 있는 것이 낫다'(something is better than nothing)였다.

이제 우리나라 노사도 목소리 높이기만으로는 한계에 왔음을 인식한 것 같다.

과연 우리나라 노사의 합의 점수는 몇 점일까. 그것이 성패의 관건이다.

윤주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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