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렸지만 차가운 현실 언제쯤 웃을까
중국교포인 박재운(57.중국 길림성)씨에겐 꿈에 그리던 한국 땅은 생각보다 따뜻하지 않았다.
평생 동안 할아버지 나라를 동경해 왔지만 막상 한국에 온 뒤 사랑하는 딸의 죽음을 직접 눈으로 지켜봐야만 했고 이어서 찾아온 폐암과의 사투와 가난 등으로 하루하루 악몽 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박씨가 한국에 온 것은 지난 2002년 12월. 한국인과 결혼한 딸의 초청으로 부인 문순실(56)씨와 함께 한국 땅에 발을 디딜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잇단 불행의 시작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지난해 10월 박씨의 외동딸(34)이 아이를 낳다 그만 숨을 거둔 데 이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7월 비자 연장을 위해 필요한 건강진단서를 발급 받으려고 병원을 찾았다 폐암 판정을 받았다.
다행히 폐암초기라 수술을 받고 가까스로 목숨은 건질 수 있었지만 엄청난 수술비를 내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박씨는 수술 뒤 곧바로 퇴원하고 통원치료를 받았으나 이마저도 치료비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
외국인 신분이라 건강보험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는 데다 1천만원에 이르는 입원비와 수술비를 감당하기가 너무나 벅찼기 때문이다.
북구 신암동의 2평짜리 월세방에 살면서 건설공사 현장을 전전하며 품을 팔아 하루하루 연명해 오던 박씨는 건강이 나빠진 이후부터 전혀 수입이 없는 상태다.
그동안 군산과 대전 등 어디든지 찾아다니며 공사장 막일은 물론 식당일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해왔지만 병원비와 생활비로 다 써 버리고 지금은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식당에서 잡일을 하며 생활비를 보태던 부인 역시 남편 간호 때문에 일을 그만둬야 했다.
딸이 죽은 뒤로는 사위마저 연락이 끊긴 데다 한국정부로부터의 지원도 전혀 없는 실정이어서 비빌 언덕조차 없는 딱한 처지다.
박씨는 "병원비를 생각하면 월 10만원인 방세걱정은 차라리 작은 일"이라며 "고국 땅을 처음 밟았을 때는 너무 행복했지만 지금은 '내가 왜 여기 와 있나' 하는 후회가 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염치 불구하고 각종 복지단체 등 이곳저곳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해 봤지만 '미안하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결국 아무런 희망조차 가질 수 없는 박씨는 병마와 사투를 벌이면서 하루하루 절망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박씨는 "그리던 조국땅에서 이렇게 비참하게 보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며 힘없이 고개를 떨궜다.
"이제 와서 중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죽어도 모국에서 죽고 싶습니다.
" 조국에서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박씨의 작은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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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희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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