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남의 교훈'에서 배우라

입력 2004-08-18 11:42:14

열린우리당 신기남씨의 당의장직 사퇴는 불가피하다.

부친의 친일헌병 경력과 그와 관련한 신 의장 본인의 거짓말이 결정적이다.

정치 생명이 끝장날지도 모른다.

우리는 신기남 사태를 보면서 고민에 빠진 이 땅의 수많은 신기남을 떠올린다.

신 의장의 모순된 언행은 역설적으로 '정치지도자의 자세'가 어찌해야 하는가를 가르쳤다.

친일 경찰과 친일 헌병이 조금도 다르지 않음에도 그는 명예훼손이라고 흥분했다.

더하여 빨치산 토벌로 태극훈장까지 받았다고 강변함으로써 숱한 친일 인사들이 해방 후 반공투사로 변신해간 과정을 새삼 일깨워 주기까지 했다.

결과적으로 신 의장은 노 대통령이 친 덫에 자신이 걸림으로써 50년, 100년 묵은 과거사 규명이 얼마나 중요하고도 난해한 과제인가를 집권세력에 경고한 것이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과거사 규명이 몰고올 새로운 갈등과 밑도 끝도 없는 정쟁, 여기에 답답하기만한 경제적 고통까지 겹쳐 빚어질 심각한 후유증이다.

따라서 과거사 규명은 첫째 조사 대상의 압축성과 조사 방법의 사실성(史實性), 둘째 정치적 오용의 현실적 우려, 셋째 '연좌제 망령'의 피해가 고려되지 않고는 모래성이 될 것임을 밝혀둔다.

예상컨대 친일과 친북(親北)의 조사과정에서 '수많은 신기남'이 등장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일단 조사대상에 오른 모든 '가해자'들의 후손들은 '정신적 연좌제'의 피해를 입게 될 터이고 종국엔 정부에 대한 반감에 휩싸일 터이다.

정치권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 한 정치적 악용.오용의 우려 또한 충분하다.

결국 조사대상을 어떻게 압축하고 사실과 증거에 입각할 것인가의 여부가 관건이다.

노 대통령과 집권당은 다시 한번 가든지 멈추든지 심사숙고하기 바란다.

그것도 용기요 지혜다.

'신기남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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