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어보자" 필사의 생존게임
스타워즈 이후 조지 루카스와 제임스 카메론의 손을 거치며, 갈수록 더욱 거대하고 화려해진, 동시에 정교하기까지 한 컴퓨터 중심의 특수효과 기술들은 이제 SF류의 영화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되었다.
스토리보다는 환상적인 영상들을 얼마나 실감나게 옮겨놓는가가 이들 영화들을 성공시키는 결정적 요소가 됐기 때문.
최근 개봉한 스파이더맨의 경우, 만약 빌딩 사이를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스파이더맨의 모습을 원작인 만화가 나왔던 1963년에 영화화했다고 상상한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오는 20일 개봉하는 '헬보이'와 내달 3일 개봉 예정인 '에이리언 Vs. 프레데터' 역시 마찬가지다.
◇헬보이
선의 편에 서서 악에 맞서 싸우는 악마 이야기라는 역설적인 발상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SF 영화 '헬보이'(길레르모 델 토로 감독·20일 개봉)는 지난 1994년 나온 미국 만화가 마이크 미뇰라의 만화가 원작이다.
2차세계대전 중 어둠의 절대 힘을 불러내려던 나치의 초자연적인 실험이 불발로 돌아가면서 태어난 '헬보이'가 주인공. 미로 속에서 사람을 잡아먹던 그리스 로마 신화의 미노타우로스를 떠올리게 하는 외모를 지니고 있다.
부러진 뿔과 붉은 피부, 긴 꼬리, 그리고 돌로 만들어진 거대한 오른팔. 한마디로 붉은 물감을 입힌 헐크라고 할까.
영화는 다분히 속편을 의식한 듯 화려한 액션이나 드라마틱한 전개보다 각각의 캐릭터를 자세히 형상화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궁금하다면 '헬보이 2'에서 풀라는 소리 같다.
델 토로 감독이 2시간이나 할애해서 캐릭터들을 소개할 만큼 주인공 헬보이가 두드러지게 잘 표현돼 있다.
제대로 손가락이 굽혀지기나 할까 의심스러운 로봇팔이 전혀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헬보이 역을 맡은 론 펄먼은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예전 TV 드라마로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미녀와 야수'에서 야수 역을 맡아 우리에게도 친숙한 그의 특이한 얼굴형과 순한 눈빛, 우직한 목소리, 거대한 덩치 등은 별다른 특수분장 없이도 헬보이 역에 적격인 배우이다.
여기에 초강력 사이코메트리(특정인의 소유물에 손을 대어, 소유자에 관한 정보를 읽어내는 심령적인 행위)를 자랑하는 헬보이의 동료 에이브 사피엔(반은 인간, 반은 물고기), 헬보이의 연인인 불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리즈와 이들이 만나 대적하게 될 불사의 좀비 크뢰넨, 그리고 죽은 자의 영혼을 이끈다는 천사의 이름을 빌린 사냥개 모양의 사마엘에 이르기까지 등장인물들의 외형과 스타일이 자세히 묘사된다.
그래서인지 화면이 시종일관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내용 면에서는 전혀 흥미롭지가 않다.
특히 영화에서 야수와 미녀로 나오는 헬보이와 리즈의 러브스토리가 캐릭터 소개하기에 밀려 마지막 감동을 전달해주는 데까지 이어지지 못한다.
사랑하면서도 조심하느라 어긋나기만 하는 연인들의 아슬아슬한 심리를 재치있게 표현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어쩔 수 없이 2006년까지 속편을 기다려야 할 형편이다.
델 토로 감독은 이미 '헬보이 2'의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고, 50대 중반의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론 펄먼도 계약을 마친 상태다.
'미믹', '블레이드 2'를 통해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영상을 선보였던 이 멕시코 출신 감독이 더는 설명이 필요없는 캐릭터들을 데리고 어떻게 강화된 스토리와 액션으로 나타날지 기대된다.
상영시간 122분, 15세이상 관람가.
◇에이리언 Vs. 프레데터
최근 개봉한 공포물 '프레디 vs 제이슨'에 이어 두 영화의 주인공들이 다시 만나는 영화가 나왔다.
'만약 이들 둘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식이 요즘 할리우드 제작자들의 머리 속에 가득 차 있는 모양이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누구나 어린 시절 "슈퍼맨과 배트맨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라는 명제로 친구들과 말싸움을 벌인 적이 있을 법한데, 그 궁금증이 머지않아 실현될 듯 보이기 때문이다.
내달 3일 개봉하는 '에이리언 Vs. 프레데터'(폴 W.S. 앤더슨 감독)는 너무나 사악하고 포악해서 절대 한 스크린에서 만날 것 같지 않던 두 악당 에이리언과 프레데터의 한판 대결투를 담고 있다.
인류의 문명이 탄생하기 훨씬 이전, 지구상에서 프레데터와 에이리언의 대결이 한차례 있었다는 전제하에 영화는 시작한다.
인간을 지배하던 프레데터 종족은 지구에 피라미드를 건설하며 번성하지만, 에이리언의 무차별적인 번식을 막지 못하고 결국 자폭장치를 작동시킨다.
수천 년이 지난 2004년 현재 남극에서 고대 피라미드가 발견되고,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고 믿었던 두 숙적은 다시 한번 필사의 생존 게임을 시작하는데…. 영화의 줄거리는 특별한 것이 없다.
그러나 '이벤트 호라이즌', '레지던트 이블' 등 SF 호러 장르의 영화에서 장기를 발휘해온 앤더슨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만큼 마치 3D 게임을 하는 듯한 현란하고 숨가쁜 비주얼은 단연 돋보인다.
게다가 두 악당 중 어느 것이 강한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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