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함께

입력 2004-08-18 08:54:40

한 나무가 한 나무에 기대어 있다

누군가에 기대어

한 생이 고요해지는 순간,

거기 검은 촛불을 켜놓고

땅으로 걸어내려오는 저 향기

최창균 '죽은 나무'

적막과 고요는 같지 않다.

적막은 액체이고, 고요는 기체이다.

적막은 무겁고, 고요는 가볍다.

적막은 검고, 고요는 희다.

적막은 육체에 붙어 있고, 고요는 영혼에 닿아 있다.

나무는 저마다 제 발로 서 있다.

죽음에 이르러 비로소 다른 나무에게 기댄다.

어디 나무뿐이겠는가.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은 무거운 육체의 적막으로부터 가벼운 영혼의 고요에 이르는 가장 경건하고 겸허한 순간이다.

비약이 심한 느낌이지만 '검은 촛불'이 적막의 영혼이라면'저 향기'는 고요의 육체이다.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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