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광복절이 지났다.
광복 59년의 세월은 우리민족이 일제로부터 해방되어 독립국가로서 지내온 기간이자 다른 한편 남북으로 갈라져 대립해 온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하기에 매번 광복절을 맞으며 그 기쁨을 되새기면서도 절반의 기쁨일 수밖에 없었고 하나된 민족의 진정한 광복을 꿈에서까지 '소원'으로 간직해 왔다.
4년 전 두 정상의 만남으로 화해의 물꼬를 턴 남북은 이전과는 분명히 구별되는 교류와 협력의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광복절에 즈음하여 멀리 아테네에서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두 손을 마주 잡은채 함께 입장하는 모습은 우리민족의 화해 의지를 전 세계에 확인시켜 주는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6.15정상회담 후 남북화해의 상징으로 매년 열리던 8.15민족공동행사가 무산되는 등 남북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이러한 경색국면은 지난달 말 탈북자 460여명의 대거입국과 무관치 않다.
북한은 성명을 통해 탈북자들의 입국을 강력히 비난한 바 있고 이를 이유로 남북장관급회담에 불응하는 등 일체의 남북당국간 대화를 중단시키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반응은 미국과 남한에 의한 체제전복 기도에 대한 불안감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1일 미국 의회의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어 9월 중 상원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북한인권법(North Korean Human Right Act of 2004)'은 탈북자 문제에 대한 북한의 의심과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탈북자들의 입국이 새삼스러운 것이 아님에도 북한은 이 법의 미 하원 통과 직후 남한정부의 적극적 개입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입국에 예민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인권법에 관하여는 하원통과사실이 국내 언론에 간단히 언급되었을 뿐 그 내용이나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 등에 주목하는 언론은 많지 않았다.
북한인권법은 북한주민의 인권개선 및 북한주민에 대한 지원 그리고 탈북자들에 대한 보호를 그 내용으로 하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북한에 대한 압박을 통해 북한정권의 붕괴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 법에는 북한 내 인권단체 등에 대하여 경제적 지원을 하고 대북방송시간을 대폭 늘리도록 규정하여 북한 내부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또한 북한주민에 대한 지원에 있어 엄격한 조건을 부과하여 사실상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마저 통제하려고 하고 있다.
나아가 탈북과 동시에 한국국민의 지위를 부여하는 우리헌법에 반하여 탈북자를 난민으로 간주하고 미국으로의 망명을 유도함으로써 탈북조장 및 이들의 정치적 이용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따라서 당사자인 북한으로서는 심각한 체제위협으로 느낄 수밖에 없고 이는 작금에 남북관계에서 보여 진 북한의 과민할 정도의 반응으로 나타나고 있다.
북한인권의 현실에 대한 비판과 인권개선의 필요성은 당연히 지적되어야 하고 이를 위한 국제적 노력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한반도평화를 위한 남북한의 노력과 배치 될 수 없고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어서도 안 된다.
미국이 UN회원국이자 국제법상 주권국가인 북한의 내부문제인 인권문제를 그들의 국내법으로 다루려는 것은 북미관계에서의 일방주의와 국제사회에서의 오만함을 그대로 드러낸다.
북한의 인권문제는 심각한 식량난과 경제위기와 관련되어 있다.
생존과 빈곤의 문제가 해결되어 나갈 때 북한사회 내부에서의 인권요구 수준이 확대되고 인권신장의 토대가 형성되어 갈 수 있다.
미국이 진정으로 북한주민의 인권개선에 관심이 있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고 그들의 생존권을 보장해 주어야지 북한인권법 제정으로 북한을 벼랑으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
우리정부가 탈북자 대거입국에 있어 북한인권법의 하원통과 시기에 맞춰 미국과의 교감 하에 개입하였다면 이는 남과 북의 체제와 제도를 상호 인정하는 6.15공동선언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지 않고 진실로 인권적 차원에서 이번 입국을 주도하였다면 북한당국의 오해를 불식시키는 성실한 노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미국은 후세인 정권의 붕괴를 목적으로 1998년 '이라크해방법'을 제정하였고 이 후 이라크침공에까지 이른 바 있다.
북한인권법이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위한 수순 밟기라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송해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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