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탈북자 정책이 이상한 방향으로 변질되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김일성 조문 통제와 탈북자 대량 이송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 것은 뜻밖이다.
비정부기구의 탈북자 지원 활동이 남북 화해 협력정책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찜찜한 뒷맛을 남겼다.
통일장관과 외교.안보를 총괄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맡으면서 내놓은 일성 치고는 정책 비전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정 장관의 발언이 있은 다음날 반기문 외교장관은 여기에 한 술 더 떴다.
탈북자 문제에 대한 정부능력의 한계를 언급하며 "정부가 무한책임을 지는 것은 어렵다"고 토로했다.
두 장관의 발언을 어디까지 해석해야 될지 아직 분명치 않다.
그러나 기획 탈북과 같은 비정부기구의 탈북 지원 활동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겠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 같다.
좀더 직설적으로 풀이하면 어떤 유형의 탈북자들은 방치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이 들린다.
이것은 국가가 국민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정부를 대신해 인권활동을 하는 비정부기구들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찬물을 뿌려서야 되겠는가. 정부가 불과 몇 백 명 단위의 탈북자도 관리할 수 없다는 말도 설득력이 없다.
우리의 국력에 걸맞은 인적 물적 외교적 기반을 확충해나가면 될 일이다.
2천200만 북한주민이 한꺼번에 대한민국 품으로 들어온다면 어떻게 할 텐가.
북한과의 대화를 지속해야겠다는 정부의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북한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대북정책의 일관된 원칙까지 흔들어서는 곤란하다.
대화의 요구나 구걸도 자유민주의 기본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탈북자 정책을 새로 가다듬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