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 최민호, 투혼으로 일군 값진 동메달

입력 2004-08-15 12:03:04

"온 몸의 근육이 경직되고 팔이 돌아가기도 했지만 포기하려는 마음은 결코 하지 않았습니다."

2004아테네올림픽 남자유도 60㎏급에서 최민호(24.창원경륜공단)가 따낸 한국선수단 첫 동메달은 부상을 딛고 투혼으로 일군 금메달 못지 않은 값진 것이었다.

최민호는 권성세 남자 대표팀 감독이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마사회.73㎏급)보다 금메달 '보증수표'로 꼽았을 만큼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실제로 사상 첫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일본의 '유도 천재' 노무라 다다히로도 지난 4월 방한 전지훈련 때 최민호의 엄청난 파워에 진땀을 빼기도 했다.

2000시드니올림픽 올림픽 직전 대표 최종선발전에서 올림픽 티켓을 놓치고 4년을 기다려왔던 그의 금메달 꿈을 무산시킨 건 갑자기 찾아온 근육 경련.

무릎까지 바벨을 들어올리는 '데드리프트'에서 역도 선수도 혀를 내두르는 220㎏을 드는 괴력 사나이 최민호의 근육질의 몸매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했다.

근육으로 늘어난 몸무게는 쉽게 빠지지 않아 사우나와 달리기로 5㎏을 무리하게 빼는 바람에 힘이 떨어진 데다 긴장감까지 겹쳐 경련을 불러왔던 것.

1회전에서 올해 유럽선수권대회 우승자인 '강호' 루트비히 파이쉐르(오스트리아)를 업어치기 한판으로 눕혔으나 너무 힘을 많이 소모하는 바람에 갑자기 오른쪽 다리부터 서서히 저려 오기 시작했다.

1회전(32강) 때 땀을 너무 흘린 탓에 탈진 증세를 보였고 16강에서도 상대 벤저민 다르벨넷(독일.2004유럽선수권 3위)과 절반을 주고받는 혈투 끝에 간신히 우세승을 거뒀으나 경련은 다리 뿐 아니라 복근과 팔 등 온몸을 휘감았다.

전기영 트레이너가 다리에 침을 50여 차례나 찔러 피를 내고 마사지로 뭉친 근육을 풀려고 했지만 급속하게 확산되는 경련을 어쩔 수 없었고 온전하지 않은 몸으로 나선 8강전에서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상대 선수는 40여일 전 태릉선수촌 전지훈련 왔을 때 한판으로 매트에 꽂았던 '약체' 카스바타르 차간바(몽골)였지만 온몸으로 퍼진 경련은 최민호의 몸을 무력화시켰고 결국 제대로 힘을 써보지도 못하고 종료 1분16초 전 누르기에 걸려 한판으로 고배를 마시고 권성세 감독의 부축을 받으며 매트를 내려와야 했다.

그럼에도 최민호는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고 패자전까지의 여유있는 시간을 이용한 휴식으로 경련을 진정시킨 뒤에서 정상 페이스를 찾아 3경기를 내리 이기고 비록 색깔은 다르지만 투혼의 대가로 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체중 조절의 어려움을 느껴 끝내 올림픽 1위 시상대에 오르지 못하고 이제는 66㎏급으로 한 체급 올리기로 마음먹었지만 최민호가 최경량급에서 투혼으로 얻어낸 동메달은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로 값지게 기록됐다.(연합뉴스)

사진 : 2004 아테네올림픽 첫 메달의 주인공 유도 -60kg급의 최민호가 14일 밤(한국시간) 아노리오시아 올림픽홀에서 동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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