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립극단 연극 '열정도시' 곽외점씨

입력 2004-08-14 09:34:55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에 강렬한 인상, 살아숨쉬는 듯한 눈빛, 뭔가 신비스러움을 간직한 듯한 자태…. 지난 12일 대구시립극단의 총체극 '열정도시'에서 무당 역을 맡은 곽외점(24)씨의 첫인상은 파랑새를 찾아 모든 숲을 뒤지고 다닌 사냥꾼의 심정과도 같았다.

'대구 연극판에 이런 여자 연기자도 있었구나.'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리고 있을 무렵 뜻밖의 사실에 놀랐다.

그녀는 연극인이 아니라 대구시립국악단 한국무용 단원인데다 올 초 한국무용팀에 들어온 신입 단원이라는 것. 그녀도 "처음 연극 무대에 오르게 돼 솔직히 부담스럽다"고 했다.

창작극이라는 모험을 감행한 시립극단의 또 다른 모험적인 파격 캐스팅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공연의 무당 역은 전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배역이기 때문. 이상원 감독은 "무당 역은 실제로 살풀이 굿을 춰야 하기 때문에 한국무용팀을 눈여겨보던 차에 곽씨의 강렬한 눈빛과 인상을 보고 단번에 결정했다"고 말했다.

무당 역은 대사가 많지 않아 화냄, 우울, 놀라움, 기쁨 등 모든 감정을 표정 연기로 형상화해야 하는 캐릭터. 기성 연극인도 연기가 쉽지 않은 역할이다.

"무용은 춤만 추면 되지만 연극은 여러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며 감정을 이어나가야 하기 때문에 더 어려운 것 같아요. 게다가 이번 작품은 1시간 30분이라는 공연 내내 무대를 떠날 수 없어 더욱 힘들지요."

곽씨의 마음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단체예술인 연극의 경우 자신의 실수는 곧 전체 공연팀의 실패로 귀결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심한 스트레스로 원형탈모증 증상까지 생길 정도라고 했다.

"저 때문에 연습 시간이 길어지는 것 같아 다른 분들에게 무척 미안했어요. 집에 가서 혼자 거울 보며 연습을 수없이 되풀이했지요."

하지만 연습이 이어지면서 연극무대가 처음인 이 신인의 가슴에도 연극의 매력이 새록새록 피어난다고 했다.

"점점 연극이 좋아지더군요. 연극을 왜 종합예술이라고 하는지 알게 됐어요. 지금은 너무 재미있게 연습하고 있답니다.

이번 기회에 연극으로 확 바꿔버릴까요. 헤헤."

매혹적인 연극의 바다에 올 여름 첫 피서를 떠나는 이 무당에게 소원 세 가지를 물어봤다.

"천지신명님, 공연을 무사히 치르게 해주세요. 그리고 관객들의 반응이 좋았으면 더 좋겠고요. 참 이번 공연 때문에 여름 휴가도 반납했는데 공연 끝나고 휴가 보내주세요." 신들린 그녀가 신나는 연기자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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