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조편성, '여자 맑음 남자 흐림'

입력 2004-08-13 09:13:34

한국 남녀 양궁대표팀이 아테네올림픽 랭킹라운드에서 무려 3개의 세계 기록을 쏟아냈지만 목표했던 대진표를 따내지 못해 전종목 석권에 빨간 불이 켜졌다.

13일(한국시간) 랭킹라운드를 치른 결과 짜여진 개인전 대진표에 따르면 여자는 박성현, 이성진(이상 전북도청), 윤미진(경희대)이 나란히 1∼3번 시드를 받아 적어도 준결승까지 맞대결을 피하게 돼 최대 3명이 4강전에 나갈 수 있다.

물론 준결승 이전에 탈락할 가능성이야 얼마든지 있지만 세계 정상급 실력을 감안하면 한국 선수끼리 결승에서 금.은메달 색깔을 다툴 가능성이 그만큼 짙어진 것.

박성현은 15일부터 시작되는 64강 토너먼트에서 이집트의 만수르 베이와 만나고 이성진은 바나사위 라미아(이집트), 윤미진은 크라시오바 한나(벨로루시) 등 손쉬운 상대와 맞붙어 편한 마음으로 파나티나이코경기장에서 첫 경기를 치를 수 있다.

더구나 박성현이 이날 예선에서 682점으로 나탈리아 발레바(이탈리아)의 세계기록(679점)을 넘어서는 등 한국 여자 궁사들은 본선 시작 전부터 최고의 슈팅 감각을 자랑해 개인전 금.은.동을 휩쓸 가능성도 다분하다.

여자 단체전도 한국은 2천30점으로 시드니올림픽 때 자신들이 세운 세계기록(1천994점)을 갈아치우며 1위로 8강에 직행해 금메달 사냥이 한결 수월해졌다.

박웅기 여자양궁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이 너무 잘해줘 최상의 조편성이 이뤄졌다"며 "현재의 컨디션만 유지한다면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은 거의 확실하다"고 만족을 표했다.

하지만 남자는 개인전에서 한국 선수들끼리 결승 길목에서 맞대결해야 하는 '비운'을 불렀다.

남자 개인전 대진표에서 박경모(인천계양구청.672점)와 장용호(예천군청.671점)가 각각 랭킹 라운드에서 4,5위로 밀리면서 잘해야 1명만이 결승에 오를 수 있게 된 것.

랭킹라운드에서 687점으로 세계기록을 세운 고교생 궁사 임동현(충북체고)이 1번 시드를 받았지만 8강 토너먼트에서 장용호와 박경모가 맞대결하고 이 경기 승자는 준결승에서 임동현과 다시 격돌해야 한다.

다행히 남자 단체전에서 한국은 2천30점으로 대만, 이탈리아(이상 1천985점)를 여유있게 따돌리고 1위로 8강에 올라 금메달 획득 전선에 이상이 없음을 보여줬다.

서거원 남자양궁대표팀 감독은 "랭킹라운드 순위가 애매하게 나오는 바람에 공교롭게 한국선수끼리 내부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며 "단체전 우승은 가능하지만 개인전은 속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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