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농촌-(2)여성농업인에 거는 기대

입력 2004-08-11 13:53:32

"농촌지역 면단위에는 육아 보육시설이라고는 어린이집 1, 2개 정도에 불과합니다.

아이들을 맡길 곳이 있어야죠. 이 때문에 일할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깁니다.

농촌지역의 보육 및 교육문제 해결없이는 이농을 막을 수 없습니다.

"

남편과 함께 시설포도를 재배하고 있는 이미숙(33.경산 남산면 사월리)씨는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길 곳이 없어 농삿일을 계속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여성농업인들이 흔들리고 있다.

농사일 외에 가사노동과 자녀교육, 시부모 부양 등 1인4역을 맡고있지만 알아주는 사람도 없다.

자연 농촌을 떠날 마음이 굴뚝같다.

우리 농촌의 여성농업인의 비율은 52%. 이제 여성없는 농촌은 존재할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그러나 여성농업인 주변여건은 너무 열악하고 취약하다.

신정애(47.포항시 북구 흥해읍 매산리)씨는 남편 박해철(53)씨와 함께 억척 여성농업인으로 소문이 나 있다.

신씨는 6년전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남편의 고향에 함께 돌아와 농사를 짓기 시작해 현재 2만5천여평의 논농사와 육묘센터를 운영한다.

주위에서 성공했다는 소리도 듣는다.

하지만 신씨는 "지금도 고3 아들을 아침, 저녁으로 시내까지 태워주고 태워오고 있다"며 "여성농업인들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자녀교육"이라고 지적했다.

경산 남천면에서 1천200여평의 포도농사를 지으면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한 여성 농업인(37)은 "2명의 자녀들이 거의 자기들끼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거의 방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안타까워했다.

경산시내 학원에라도 보내고 싶었지만 이내 포기해야만 했다.

"학원에서는 20~30분 정도 걸리는 시골길을 달려 2, 3명 태우고 오느니 시내 아파트단지 한바퀴 돌아오면 더 많은 학원생들을 유치할 수 있는데 굳이 시골까지 갈 이유가 뭐 있느냐고 해 놀랐습니다.

농촌생활을 청산하고 싶었죠."

여성농업인들의 질병과 건강관리도 문제다.

과중한 노동으로 농촌여성 대다수가 만성적인 근골육계통의 질병을 앓고 있고 일반 부인병도 심각한 수준이어서 관련된 의료지원이 시급하다.

여성발전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여성농업인 가운데 임신횟수가 많을 수록, 중절경험이 많을 수록 건강상태가 좋지않았다.

출산 후 곧바로 영농활동이나 가사노동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안동시 여성농업인센터 박인옥소장은 "농촌여성들을 대상으로 상담한 결과 거의가 농촌생활이 힘겹더라도 생활이 안정되는 수준의 소득만 주어진다면 농촌을 떠날 마음이 없다는 얘기를 한다"고 했다.

여성농업인연합회 이옥늠(52.경산시 남산면 사월리)회장은 "뼈빠지게 일을 해도 농가소득은 제자리다 못해 부채만 늘어가고 농촌지역의 자녀교육, 문화여건이 열악한데 어느 젊은 여성농업인들이 농촌을 지키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씨는 "우리나라 여성들의 평균 노동시간이 7.5시간인데 비해 농촌 여성은 11.6시간으로 4.1시간 많다"며 "양질의 보육시설을 갖추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을 위해 복지시설 확충과 처우를 개선해야만 여성농업인들이 농촌에 머물 것은 당연한 일. 따라서 보다 알찬 여성농업인들을 위한 복지정책 계획이 추진돼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안동시 여성농업인센터 박인옥소장은 현재 출산시에 한정된 '농가도우미' 제도의 적용 범위를 자녀교육과 본인질병, 가족간병 등으로 확대해 예상치 않은 추가노동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촌사회에서의 지위향상, 예컨데 농사를 개별사업으로 볼때 남성(남편)과 공동경영주이면서도 항상 그 존재는 덮여져 사기저하는 물론 관련 의사소통이 차단돼 상응하는 지위향상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는 농촌의 각종 조합과 영농조합법인, 작목반 등의 임원.대표위원 등 의사결정기구의 일원으로 선임되는 것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는 방향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탁아.보육부문 지원도 필수적이다.

농촌이라는 봉건적인 좁은 사회에서 생업과 가족부양, 획일적인 생활패턴 등으로 겪는 심리적인 고충과 압박감을 문화교육사업으로 해소토록 해야 한다.

농림부가 운영하는 여성농업인센터 확대 설치와 지자체의 농촌여성전용 문화센터 설치 등이 우선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

이호철 경북대교수는 "오늘날 우리농업에서 여성농업인의 농업전문인력화가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여성농업인을 전문농업인으로 키울 것이냐 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여성농업인의 경영능력 제고를 통한 전문농업인력화 방안을 제시했다.

"여성농업인들이 내가 농업의 전문가라는 긍정적인 농업관과 영농자금 조달능력, 생산기술능력, 경영의사결정 능력, 가정관리 능력 등을 갖추도록 해야 농촌이 살아납니다.

"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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