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배달 그린 '바람의 파이터'

입력 2004-08-11 08:57:09

가공할 액션...김 빠진 드라마

방학기의 만화 속에 등장하는 실존인물인 최배달이 스크린으로 옮겨진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의 관심은 어떻게 그의 내면세계를 표현할까에 모아졌다.

어둡고 무거우면서 고뇌에 찬 신화적인 인물이지만 두려움을 가진 가장 인간적인 모습도 공존하기 때문. 또 최배달의 청년시절을 배경으로 한 만큼, 그의 가공할 액션이 어떻게 연출됐을지도 궁금증의 대상이었다.

3년간의 시나리오 작업 등 오랜 기간의 준비를 마치고 '리베라 메' 이후 4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양윤호 감독의 '바람의 파이터'(12일 개봉)가 지난 2일 드디어 언론에 첫 공개됐다.

영화를 보면서 액션에 대한 기대는 분명 충족시킬 수 있었다.

이 영화에서는 실제로 발과 주먹이 오간다.

발로 상대의 배를 차면 주먹이 얼굴로 날아든다.

배를 얻어맞아 몸 전체가 휘청거리고 발차기에 맞은 얼굴 근육이 씰룩이는 모습이 너무 선명하다.

한마디로 '리얼 액션'이다.

잘 짜인 댄스를 보는 듯한 서로 짠 것 같은 과장된 몸짓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분명 액션을 원하는 많은 영화팬에게는 진한 감동을 선사할 만하다.

하지만 영화는 딱 거기까지다.

한국 전통무술인 태껸을 토대로 '극진가라테'라는 실전 무술을 창안한 최배달의 삶이라는 핵심 재료를 제대로 요리해내지 못한 느낌이다.

대신 '일본에 건너가 업신 여김을 당하다가 사부의 죽음을 목격하고, 혼자 피나는 복수의 칼을 갈고, 결국 복수에 성공했지만 내면 갈등을 겪게 되다가 신화적인 인물이 된다'는 식의 여느 무협 액션영화와 다를 바 없는 손쉬운 코스메뉴를 택했기 때문이다.

그의 삶에 좀 더 녹아 들어가는 드라마적인 감동이 아쉽기만 하다.

그러나 양동근의 연기력은 이런 아쉬움을 충분히 덮어버린다.

배우치고는 작은 키에 동안의 얼굴을 가진 그에게 과연 최배달이 어울릴까하는 의구심은 '역시나'라는 감탄으로 이내 바꿔놓는다.

대역과 와이어는 물론 컴퓨터 그래픽도 거의 사용하지 않은 그의 액션은 멋지다.

게다가 눈빛도 여전하다.

비의 팬들에게는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애초 남자 주인공으로 발탁됐던 비가 출연하지 않은 것은 정말 다행스런 일이 아닐까.

현란한 액션에 구심점을 두고 있는 이 영화에는 애초 캐스팅됐던 유민 대신 '워터보이즈'의 일본 여배우 히라마야 아야가 게이샤로 출연, 양동근의 상대역을 맡았다.

또 낯선 땅에서 항상 최배달의 곁을 지키는 친구 춘배로 나오는 정태우의 넉살맞은 연기도 볼 만하다.

상영시간 120분, 12세 이상 관람가.

◇최고 출연료 황소

"황소 앞에 서는 거야. 그냥 앞에 딱 서. 너 소냐? 나 최영의야." 영화 '넘버 3'에서 송강호가 '무대뽀' 정신을 강조하기 위해 침을 튀기며 강조했던 그 장면이 영화 '바람의 파이터'에서도 그대로 재연된다.

소싸움으로 유명한 경북 청도에서 촬영된 황소와의 결투신은 최배달이 싸움소 라이텐구의 뿔을 꺾는 일화를 담은 것.

양동근의 상대 파트너로 등장한 소는 전국 소싸움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던 검은 털이 더욱 위압적인 체중 700kg의 거구다.

특히 단 한 장면에 대한 출연료가 1천만원에 달하는 등 이 영화에 출연하는 그 어떤 배우들보다 더 특급대우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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