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함께

입력 2004-08-11 08:57:21

선반에 세워놓은

접시한가운데

새가 날아간다

팽팽한 허공

구름 한 점 드나들지 않는다

중심을 꼭 잡고 날아가는 새

내려앉을 땅이 없어

아예 눈과 다리는

퇴화되어버린

이순현 '접시 속의 새'

새의 문양이 그려진 접시가 이 시의 오브제이다.

접시 속의 새에게 눈과 다리가 없다는 사실을 시인은 주목한다.

아예 눈과 다리가 퇴화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내려앉을 땅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퇴화란 쓸모 없는 것을 오랜 세월이 드나들며 지워버린 것, 내려앉아 쉴 땅조차 아예 사라져 눈과 다리가 필요 없는 세상의 비극은 그러므로 오래된 것이다.

새의 생애란 얼마나 고단할 것인가.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