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부엌-남성희 대구보건대학장의 '민어'

입력 2004-08-10 15:07:03

말복을 사흘 앞둔 지난 6일 저녁 대구시 북구 칠성동 김윤기(59) 대구보건대 이사장 집에서는 민어 파티가 열렸다.

민어 회, 민어 불고기, 민어 매운탕…. 안주인인 남성희(49) 학장이 한껏 요리 솜씨를 냈다.

"대구에서는 민어를 잘 안 먹지만 서울에서는 맛이 담백하고 비린내가 적어 고급생선으로 꼽히는 민어를 즐겨 먹어요. 특히 민어 매운탕은 복중 음식으로 여름에 땀이 많이 나고 기운이 없을 때 먹으면 좋은 보양식이지요."

서울에서 택배로 부쳐온 민어를 껍질, 살, 뼈로 분리해 음식을 장만한 그녀의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민어 껍질은 끓는 물에 살짝 데치고 배 부분은 회를 떠 초고추장에 비벼 먹으면 맛있어요. 그리고 살은 손바닥만한 크기로 포를 떠 간장, 맛술, 생강즙, 흰 후추, 흰 설탕, 참기름, 마늘, 대파 흰 부분을 다져 넣은 불고기 양념에 3, 4시간 재어 두었다가 프라이팬에 굽거나 옛 방식대로 1시간 정도 채반에서 물기를 뺀 다음 석쇠에 구우면 맛있는 민어 불고기가 됩니다.

"

다진 배, 채소와 함께 매콤한 초고추장에 비벼 먹는 싱싱한 민어 회의 씹히는 맛이 일품이었다.

민어 불고기는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고급 레스토랑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민어 머리, 뼈 등 서덜(살을 발라낸 나머지)로는 매운탕을 끓여요. 된장, 고추장, 고춧가루를 푼 물이 끓을 때 서덜을 넣고 애호박, 두부, 파, 쑥갗을 넣고 끓이면 기름기가 많은 보양식이 완성됩니다.

불포화지방산이어서 마음 놓고 먹어도 되지만 기름기가 싫다면 걷어내도 되요. 먹을 때 식초나 레몬즙을 짜넣으면 비린내가 나지 않아요."

매운탕의 국물 맛이 얼큰하면서도 담백했다.

TBC 선데이토크 MC로 방송 진행을 하며 대구보건대 학장, (사)의회를 사랑하는 사람들 공동대표, 대구 북구문화원장, 로타리 3700지구 차기 총재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그녀이지만 집에서 가족이 먹는 음식을 소홀히 하는 법이 없다.

"한번은 게장을 담는다고 참게 50마리를 집에 가져왔는데 뚜껑을 덮어 놓았는데도 참게들이 밖으로 다 나온 게 아니겠습니까. 밤에 잘 때도 발 밑에서 꼼지락거리는 참게를 잡는다고 혼이 났습니다.

"

김 이사장은 3일동안 고생하며 잡은 참게로 만든 게장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며 웃음지었다.

"아들과 중국 여행을 가 시장에 가보니 여기서 볼 수 있는 가죽이 똑같이 있더군요. 그래서 집에 있을 때처럼 나물로 무쳐 먹자며 사서 요리해 봤더니 물만 흥건히 생기고 잎은 다 떨어지고 영 그 맛이 안 나더군요."

식사를 마치고 직접 그릇을 치우는 남편에게 물기를 빼지 않고 요리해서 그렇다고 훈수를 두는 그녀. 대단한 와인 애호가이기도 한 그녀의 부엌은 평소에도 김치를 6, 7가지씩 갖춰 두고 된장찌개와 함께 건강에 좋은 제철 음식을 내놓는 프로 주부의 모습으로 가득 차 있었다.

김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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