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어느 곳에 아주 욕심 많고 인색한 부자 영감이 살았어. 어찌나 욕심 많고 인색했던지, 평생 남한테 돈 한 푼 꾸어 준 일 없고 불쌍한 사람에게 찬물 한 사발 거저 준 일 없다니 알 만하지. 게다가 온몸에 심술이 덕지덕지 붙어서 아주 남 잘 되는 꼴을 못 봐. 그러고 살아.
이 영감한테 며느리가 하나 있었는데, 이 며느리는 시아버지하고 아주 딴판이야. 참 착해. 남의 사정 헤아릴 줄도 알고 불쌍한 사람 도와 줄 줄도 알고, 그랬단 말이지.
하루는 이 집에 스님 한 분이 동냥을 하러 왔어. 문간에 와서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염불도 하고 '똑똑 또로록 똑똑 또로록' 목탁도 두드리면서 시주를 청하거든. 그런데 이 영감 심술 좀 보게. 쭈르르 마당가 거름더미로 달려가더니 소똥을 한 바가지 퍼다가 스님 바랑에 집어넣네.
"에잇, 이놈의 중아. 이거나 받아 가지고 가거라."
하면서 말이야. 옛말에 동냥을 못 줄망정 쪽박은 깨지 말랬는데, 이 영감이 글쎄 이런 짓을 해 놨어. 그래 놓으니 스님은 아무 말도 않고 그냥 돌아서 가더래.
그런데, 이 때 이 집 며느리가 부엌에서 이걸 봤어. 시아버지 하는 짓을 보니 참 기가 막히거든. 아이고, 이러다가 우리 집이 천벌 받겠다 싶어서, 며느리가 가만히 스님 뒤를 따라 나갔어. 시아버지 몰래 물동이에다가 쌀을 한 됫박 퍼 담아 가지고 물 길러 가는 체하고 밖으로 나가, 스님한테 쌀 한 됫박을 내놓고 빌었어.
"스님, 스님. 우리 시아버지가 노망이 들어서 이런 짓을 했으니 부디 노여워 마시고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
그랬더니 스님이 한동안 가만히 있다가 이런 말을 하더래.
"내일이 되면 큰비가 내려 이 마을이 물에 잠길 것이니, 아침 일찍 뒷산으로 올라가 몸을 피하시오. 그런데, 뒤에서 어떤 소리가 나도 절대로 뒤를 돌아봐서는 안 됩니다.
"
그러고는 그냥 바람같이 가버리더래.
이튿날이 날이 밝으니, 아니나다를까 아침부터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데, 참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이 쏟아지는 거야. 며느리는 식구들한테 스님 말을 전하면서 어서 뒷산으로 올라가자고 했지. 그런데 시아버지고 시어머니고 남편이고 간에 말을 들어야 말이지. 콧방귀만 뀌고 아무도 말을 안 들어.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아기만 들쳐업고 뒷산으로 올라갔어.
막 올라가는데 뒤에서 우르릉 쿵쾅 천둥치는 소리가 나고 우지끈 뚝딱 벼락치는 소리가 나고, 아주 난리가 났어. 그래도 꾹 참고 앞만 보고 올라갔지. 그런데, 한참 올라가다 보니 뒤에서 자기를 부르는 소리가 나는 거야.
"얘야, 얘야. 며늘아가. 나 좀 살려 다오."
"여보, 여보. 나 좀 살려 줘요."
시아버지, 시어머니, 남편이 한꺼번에 자기를 마구 불러대는데 차마 못 들은 체할 수가 있어야지. 그만 뒤를 돌아보고 말았지. 그러니까 어떻게 됐게? 그래, 그 자리에서 그만 돌이 되고 말았어. 돌이 돼서 아직도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대. 그런 얘기야.
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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