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배영수"마운드로 오르면 독한 마음 먹어요"

입력 2004-08-07 11:00:39

'계란형 얼굴에 까까머리, 웃으면 살짝 보이는 어긋한 앞니가 매력을 더해주는 청년...' 삼성라이온즈 투수 배영수(23)는 항상 웃는 표정이다.

이 때문에 그를 만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별명도 산골 소년, 깻잎 등 촌스런(?) 것뿐이다.

하지만 마운드에만 서면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직구와 예리한 슬라이더로 타자들을 돌려세우는 배짱있는 승부사로 변신한다. 배영수는 "평소에는 화를 잘 내지 않는 부드러운 성격이지만 마운드에 오를 때는 독한 마음을 먹는다"고 말한다.

현재 10승1패로 다승부문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는 배영수는 당분간 삼성의 마운드를 책임질 기둥 투수로 평가받는다.

올 시즌 다승왕을 꿈꾸는 배영수는 "마운드에서 볼을 던지는 것이 재미있고 안타를 맞더라도 나만의 공을 던진다는 생각이 좋은 성적을 내는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 데뷔 첫해인 2000년 2패에 불과했던 배영수는 2001년 13승8패로 단숨에 주전 자리를 꿰찮다. 배영수는 "첫해는 프로를 만만하게 생각했고 힘으로만 밀어붙이려고 했었다"며 "1년이 지나니까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칠성초 3년때부터 야구를 시작한 배영수는 "당시 야구가 너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린 마음에 곧 싫증을 느껴 목욕탕집 아들인 친구와 함께 훈련은 뒷전인 채 목욕탕에서 놀다가 감독에게 붙잡혀 오기를 여러번 되풀이했다는 것. 배영수가 학창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투수는 경북고 이상훈 투수 코치. 경북고 시절 본격적으로 투수 수업을 받기 시작한 배영수는 "투수의 기본 자질은 이 코치로부터 모두 배웠다"고 할 정도로 이 코치에 대한 기억이 각별하다.

선동렬 코치가 부임한 이후 부쩍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 배영수는 "매 이닝이 끝날 때마다 선 코치가 잘된 점과 잘못된 점을 지적해 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며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영수와 선 코치의 인연은 4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 겨울 하와이 전지훈련 당시 순회 코치로 왔던 선 코치는 배영수를 두고 "앞으로 삼성을 이끌어갈 큰 재목감"이라며 자신의 체육복을 선뜻 건네줬다.

선수시절 최고의 투수였던 선 코치로부터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은 신인 선수 배영수는 기쁨에 어쩔줄 몰랐다는 것.

배영수는 사회 봉사활동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대구시교육청과 협의, 대구시내 초.중.고 난치병 환자 돕기 홍보대사로 활동할 예정인 배영수는 "7, 8살 때 콩팥이 좋지 않아 1년간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어 아픈 사람의 마음을 잘 안다"며 "조그만한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 여자 친구가 없는 배영수는 "키가 크고 똑똑하면서 피부가 아름다운 '피부 미인'이면 최고"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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