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인도로 가는 길

입력 2004-08-07 09:39:12

혹 이 글을 여러분이 읽고 계실 때면 저는 인도의 어딘가에 있을 겁니다. 마음 속에서 그렇게 가깝지 않았던 곳을 정말 갑자기 많은 것들을 내려놓은 채 떠나게 되었습니다.

한 달 동안의 긴 여행을 통해 나는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그냥 막연한 변화를 기대하는 마음일 수도, 역마살이 끼어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 탓일 수도 있을 겁니다. 류시화님이나 한비야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정말 다녀오면 마음 속에 뭔가를 가득 담아 올 수는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배낭을 꾸렸습니다. 한 달간의 여행이기에 이것저것 신경 쓸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이것 저것 담고 보니 엄청난 부피의 배낭이 만들어지고야 말았습니다.

다시 끄집어내고 짐을 꾸려야 할 텐데, 가져가야 할 것과 두고 가야 할 것을 나누는 것이 쉽지가 않았습니다. 가져가도 쓸 일이 없을 텐데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들었다 놓았다 합니다.

무엇인가를 담으려면 비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저는 출발도 하기 전부터 가득 담은 채 가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뭔가를 담아올 자신감보다 당초 빈 구석이 많기 때문이겠죠. 아마 막연한 두려움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겠죠? 너무 많은 걱정들이 어지럽게 떠오릅니다.

오늘은 이방인을 쓴 '알베르 까뮈'의 말을 가슴에 되새기며 마음을 달래야겠습니다. "여행이 가치있는 것은 두려움을 주기 때문이다."

인도로 가는 길은 이미 시작 전부터 나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두근거림과 두려움으로 지금쯤 낯선 땅을 걷고 있을 저에게 응원의 마음을 담아주시겠습니까?

박준형(두류초교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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