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에 사는 주부 유모씨는 1년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면 집 근처의 00의원을 자주 찾았다.
그 의원은 진료과목으로 소아과, 산부인과, 내과 환자를 본다고 표방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유씨는 00소아과의원처럼 전문과목(해당 전문의가 있는 경우)이 의료기관 명칭에 표시되지 않은 곳은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가 개설한 의원이라는 것을 알고, 단골의원을 바꿨다.
일반의와 전문의는 무엇이 다를까.
일반의는 특정 분야를 전문으로 하지 않고 진료하는 의사를 말한다.
반면 전문의는 의사 자격증 취득 이후 추가로 4, 5년 동안 병원실습(전공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1년은 인턴으로 병원의 여러 과에서 실습하며, 이후 특정 과를 정해서 레지던트 4년(가정의학과 3년) 과정을 밟는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친 뒤 시험을 통해 전문의 자격증을 받게 되는 것이다.
내과는 좀 더 세분화돼 있다.
'분과 전문의'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과 전문의 가운데는 소화기, 순환기, 내분비, 신장, 알레르기, 류머티스, 혈액종양 등의 분과전문의 자격을 갖춘 사람들도 있다.
특정 장기나 기관에 병이 생겨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할 때는 분과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겠다.
문제는 전문의 편중 현상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감기 같은 가벼운 질환이 생겨도 전문의를 찾아간다.
그리고 일반의에 대해선 잘 인정해 주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의대 졸업생들은 90% 이상이 전문의를 지망한다.
그렇다면 전문의가 일반의보다 치료를 더 잘하는 의사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물론 특정 분야에 있어선 전문적 이론과 임상실습을 거친 전문의가 일반의보다 낫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특정 진료 분야가 아닌 경우엔 전문의나 일반의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 의료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개원한 전문의 가운데 상당수는 자신의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고 온갖 양상의 질병을 치료하고 있다.
심지어 수술을 해야 할 외과전문의 가운데 상당수가 감기와 같은 비전문적인 분야의 환자를 보고 있다.
수술 환자만 봐서는 병원 운영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인적 자원 낭비이며,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다.
개원의의 진료 내용을 분석한 한 연구보고에 따르면 환자 중 80%는 감기, 소화불량, 식중독 또는 설사, 신경통 등 비교적 경미하거나 시간 경과에 따라 저절로 낫는 병이라고 한다.
이런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전문적 기술이나 특수한 시설, 장비가 필요할까.
우리나라의 전문의 선호 현상은 승용차의 엔진오일을 교환하는데 가깝고 편리한 동네 카센터(경정비업소) 대신 1급 정비공장을 찾는 꼴과 같다.
미국의 경우 회원제 건강관리회사(HMO'회원을 모집해 단체로 의료서비스를 계약하는 단체)가 지정된 일반의의 진찰을 거치지 않고 종합병원이나 전문의에게 직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응급한 경우를 제외하곤 일반의의 진찰을 받고 그 의사의 판단에 따라 전문의를 소개받도록 하고 있다.
치료의 성공 여부에는 의사에 대한 환자의 믿음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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