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이다.
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모두들 시원한 바다나 깊은 계곡을 찾는다.
이른바 휴가철이다.
휴가 때 피서를 위해 집을 떠나면서 챙기는 것 중에 하나가 아마 재미있게 읽을 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흐르는 계곡물에 발 담그고 독서 삼매경에 빠져있는 사람을 보노라면 여유와 운치를 느낄 수 있다.
풍성한 먹거리를 준비해 와서 여럿이 둘러앉아 맛있게 먹는 모습도 풍요로워 보여 그렇게 흉하지 않다.
하지만 피서지에서 책을 읽고 있는 모습만큼 한가롭고 품위 있는 것은 없는 듯하다.
세상만사에서 오는 모든 번민을 벗어 던지고 책의 세계에 몰입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피서일지 모른다.
집 밖으로 나가 피서지에서 읽을 만한 책은 아마도 그 내용이 흥미롭고 가벼운 것이 제격일 것이다.
물론 모든 책이 저자의 생각이 진지하게 녹아 있을진대 어찌 가벼운 책이 따로 있겠는가만, 전문서나 깊은 철학 및 사상에 관한 것보다는 감성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문학작품이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도 좋고 한 권의 시집과 수필집을 선택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러한 책들을 다 읽고 꼭 무엇을 얻고 배워야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독서 과정에서 작가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교차하면서 스쳐가는 생각과 느낌들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을 머리 속에 차곡차곡 쌓을 필요는 없다.
모든 것들이 휘발하고 아무것도 남지 않아도 좋다.
벌써 책을 있는 그 과정에 수많은 사고와 정서들이 우리의 마음 속에 용해되지 않았겠는가? 목적을 가지는 독서는 노역과 다를 바 없다.
피서지에서 읽는 독서는 자유와 해방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진정으로 피서를 위한 독서는 치열한 사고와 판단력이 요구되는 무거운 독서일 수도 있다.
이열치열의 전략이다.
박경리의 와 조정래의 과 같은 대하소설을 읽을 수 있는 기회는 이 여름 휴가 때가 아닌가 싶다.
도스토예프스키의 과 를 읽는 데에는 엄청난 인내심이 요구된다.
그 인내심은 어떤 더위도 물리칠 수 있다.
다 읽지 못한 채 내 서가에 오랫동안 꽂혀있는 번역판 마르크스의 이 눈에 들어온다.
여름은 요란한 매미소리와 함께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신재기(경일대 미디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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