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격렬한 국가정체성 공방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이 장기전 채비를 차렸다.
의문사진상규명위의 간첩.빨치산 민주화인사 인정으로 촉발된 안보불안감이 국민들 사이에 빠르게 퍼져가고 있는 만큼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문제제기는 매우 시의적절했으나 작금의 국가정체성 공방이 인신공격성 정쟁으로 흐르고 있어 본질을 놓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5일 구성키로 한 가칭 이강두(李康斗)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정체성 살리기 특위'(가칭)는 바로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 국가정체성 문제를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다루면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정부.여당을 공격하기 위한 중심 테마로 삼겠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임태희(任太熙) 대변인은 "이 기구는 최고위원급이 단장이 돼 국가정체성과 관련된 입법 및 정책사안을 당 차원에서 심도있게 다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박 대표 혼자서 고군분투했던 국가정체성 공방에서 박 대표는 일단 뒤로 물러나고 당이 전면에 나서게 될 전망이다.
박 대표가 최전선에서 물러나기로 한 데는 박 대표가 계속 총대를 멜 경우 '상처'를 입을 수 있으며 이는 당 전체의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총선을 통해 쌓아놓은 박 대표의 긍정적 이미지는 사라지고 투쟁일변도의 강성 이미지만 각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가정체성 공방이 시대착오적인 사상논쟁으로 변질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논쟁도 구체적인 사안없이 이뤄지다보니 공리공론으로 비쳐지고 있다는 점도 당 차원의 장기전으로의 방향전환을 하게된 요인의 하나다.
한 당직자는 "국가정체성 공방으로 한나라당이 국가경영은 어떻게해야 하느냐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줬다는 점에서 상당한 성과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구체적인 사안을 놓고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 식상하다는 느낌을 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도 이 같은 장기전 전환에 긍정적 입장이다.
박 대표는 4일 당내 소장파 모임인 '새정치 수요모임' 소속 의원들과 가진 만찬에서 "이념적이고 추상적인 문제로 여야간 정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에 "정체성 문제를 갖고 전면전을 할 생각은 없다"며 국가정체성 싸움에서 숨고르기에 들어갔음을 시사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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