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더위란 이런 것이다'라고 본때를 보여주듯 10년래 최고의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가운데 보양식당이 시중 불경기에도 톡톡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더위 탓인지 복날 식당 풍경은 예년보다 훨씬 극성스러워졌다고 할까. 보신탕 삼계탕 등 전문 보양식당은 줄을 서서 한참 기다려야 할 정도로 북새통이다.
아직 말복이 남아 있으니 보양식당의 문전성시는 한동안 더 이어질 것이다.
▲삼복더위를 이기기 위해서 잘 먹긴 해야 하지만, 하필이면 왜 보신탕이냐 하는 애견가들의 항의와 논란도 복날의 단골메뉴다.
왜 개가 복날 제일의 보양식으로 오르게 됐는지 연원은 분명치 않다.
보신탕의 기원을 논할 때 단골 자료로 써먹는 것이 중국 진덕공(秦德公) 2년(기원전 679년) 삼복에 개를 잡아 대문에 매달아 충재를 방지했다는 기록인데, 즐기긴 해도 시작은 한국이 아니라는 군색한 변명용으로 가치가 있다.
▲사람 인(人)자와 개 견(犬)자가 합쳐진 복(伏)이라는 한자에 대해서도, 더위를 꺾자는 뜻이라고 해석하는가 하면 복날이 음양오행설상 경일(庚日)이고 경(庚)이 쇠(金)를 뜻하는 점을 들어 서늘한 금기(金氣)가 더운 화기(火氣)를 두려워해서 엎드린다는 뜻이라고 풀이하는 등 개와의 연관성을 애써 피해간다.
그러나 연유나 해석이 어떻든 글자만 본다면 개는 복날을 피해갈 수 없게 돼 있다.
▲높아진 보신탕 반대 목청 덕분인지, 경제가 나빠진 탓인지, 복날 보양식이 개고기 일변도에서 상당히 다양해졌다.
이미 삼계탕 쪽으로 대이동이 일어났고 장어 미꾸라지 등 민물고기가 각광 받고 있다.
또 닭죽, 육개장, 자라탕, 민어국 등 옛 보양음식들도 살아나고 있다.
동지처럼 붉은팥으로 죽을 쑤어 잡귀를 쫓고 열병을 예방하는 복날 옛 풍습도 살아날지 모를 일이다.
▲신세대들은 통닭과 아이스크림을 즐긴다고 한다.
보신탕 삼계탕 등은 혐오스럽고 칙칙해서 싫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많은 일부 벤처업체는 통닭, 아이스크림에 수박 참외 등을 곁들여 복 회식을 한다는 것. 한편 농촌진흥청은 여름의 대표적인 과일이면서 대중성에서 다소 떨어지는 복숭아 판촉을 위해 초복을 '복숭아의 날'로 정해 홍보전을 벌이기도 한다.
이래 저래 삼복 먹거리는 풍성한 나라다.
김재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