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심에 멧돼지...농작물 쑥대밭

입력 2004-08-04 11:40:01

"신출귀몰하는 멧돼지들 때문에 올해 과수 농사, 다 망치게 생겼습니다."

대구시 수성구 삼덕동 천주교 묘역옆 대덕산 자락에 멧돼지떼가 출몰, 수확을 앞둔 포도.복숭아.자두 등을 마구잡이로 파헤쳐 주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3일 오후 대덕산 산 144번지, 김교동(49.대구 수성구 삼덕동)씨의 포도밭. 한창 영글어야 할 포도송이들이 앙상한 줄기만 드러내고, 바닥에는 포도씨와 껍질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복숭아나무 몇 그루는 아예 가지가 부러져 있었고 씹다 뱉어놓은 복숭아씨만 굴러다녔다.

범인(?)은 지난해부터 나타나기 시작된 야생 멧돼지. 지난해 멧돼지때문에 옥수수와 고구마 피해를 본 주민들이 올해는 이를 심지 않자 과일에까지 손을 댄 것이다.

김씨는 "처음엔 복숭아, 자두나무를 흔들어 과일을 따먹더니 이제는 포도에까지 맛을 들였다"며 "지금까지 본 피해만도 600여만원은 될 것"이라고 허탈해 했다.

인근에서 복숭아밭을 경작하는 김윤동(58.수성구 시지)씨도 "3년생 복숭아나무가 70여그루나 절단 났다"며 멧돼지의 소행을 괘씸해했다.

일대 주민들에 따르면 이곳에서 목격되는 멧돼지 떼는 대략 40~80kg짜리 4~8마리 가량. 지난해는 한 마리에 불과했다.

멧돼지를 내몰기 위한 주민들의 갖은 노력도 영리한 멧돼지 앞에서는 역부족이었다.

심야시간대에 밭에서 깡통을 두드리거나 폭죽을 쏘고, 라디오를 크게 틀거나 덫까지 놔봤지만 후각이 발달한 멧돼지에게는 좀처럼 통하지 않았던 것. 체취가 묻은 사람 머리카락까지 밭에 흩어놓은 주민도 있었다.

김씨는 "팔공산 일대에서 멧돼지가 나타난 적은 있지만 이 일대는 처음"이라며 "결국 총으로 밖에 잡을 수 없는데 주택가가 인접해있고 산이 깊다는 이유로 구청에서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면서 구청에서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