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한여름 밤의 꿈

입력 2004-08-02 15:00:00

한증막 더위가 열흘 넘게 지속되면서 평소 멀쩡한 사람들이 엉뚱한 발상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심신이 극도로 피로해 지면서 긴장이 완화돼 나타나는 현상이나 이러한 발상이 모두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재미 있다.

긴장의 완화로 인해 평소의 제약에서 벗어나 새로운 착상이 거기서 나온다.

많은 작가들이 '한 여름밤의 꿈'을 핑게로 색다른 이얘기를 엮어내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국제 유가가 엊그제 배럴당 44달러에 육박,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세계자원 블랙홀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강국들이 장기 물량확보에 나서고 있는 데다 세계적 석유업체 유코스의 생산불안, 맥시코 노르웨이 등 유전지대 생산 감소가 겹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잖아도 세계 강국들은 석유자원 확보에 혈안이다.

중국과 일본의 러시아 원유확보를 위한 각축과 동지나해에서의 유전발굴분쟁은 이미 알려진 일이며, 러시아마저 이라크 파병을 전제로 미국과 이라크 원유개발권 인정을 협상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세계적 흐름과는 너무나 딴판으로 우리 정부의 에너지정책이 겉돌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 오일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불구, 6월쯤 세계 유가가 안정되리란 낙관론에 얽매여 지금까지 시행하던 에너지 절약책마저 포기한 채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의 중요성을 무시하고 어떻게 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이럴 때 엉뚱한 발상이 떠 오른다.

중국에 전력을 팔아 먹자는 것이다.

중국은 올여름 현재 극심한 전력난을 겪고 있다.

전체 수요의 30%가 부족해 4대도시에 제한송전이 실시되고, 전력다소비 공장의 가동중단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 정부당국은 일부 대기업에 15일간 조업중단 조치를 내린 데이어 앞으로 3천여개 공장을 격주로 가동할 계획이다.

▲경북 동해안 울진원전을 대규모로 확대해 전력을 중국에 판매하면 어떨까. 울진은 기왕 원전지대화 됐을 뿐 아니라 원전기술은 우리도 선진국 수준이다.

여기에다 논란이 되고 있는 핵폐기물 처리장을 수용하고 양성자 가속기를 설치한다면 포항을 중심으로 한 경북 동해안의 발전이 한층 가속화 되지 않겠는가. 하지만 지역민들이나 환경단체들의 반발을 생각하면 실현 불가능한 '한 여름밤의 꿈'에 불과할 것이다.

최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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