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후엔 최고 연기자!\"

입력 2004-08-02 14:08:50

29일 오전 극단 마루(대구 대봉동).

어린이 뮤지컬 '콩쥐팥쥐' 공연 시작 30분전.

콩쥐역을 맡은 이미정(대구제일중 3년)양이 무대에 입고 갈 의상과 소품을 다시한번 챙긴다.

공연 시작 10분전. 관람객이 하나둘 들어선다. 오늘의 주 관객은 유치원생들.

마지막으로 대사를 정리해 본다.

공연이 시작됐다.

바구니에 빨래감을 가득 담고 콩쥐가 걸어나온다. 그 뒤를 팥쥐가 따라나오더니 빨래감을 바닥에 내동댕이 친다.

이번에는 새엄마와 팥쥐가 콩쥐를 괴롭힌다. 잔뜩 일거리를 시켜놓고는 사라진다.

자갈밭을 갈던 콩쥐가 흐느낀다.

"이일을 어쩌지. 하나밖에 없는 호미가 부러졌으니 무슨 수로 다 갈까?"

황소와 참새의 도움으로 무사히 일을 끝내고 마을 잔치에 참석하게 된 콩쥐. 그러나 새엄마와 팥쥐에 들켜 꽃신 한 짝을 흘린채 도망쳐 나온다.

도령이 꽃신 주인을 찾아 팥쥐네 집을 찾았다. 콩쥐가 꽃신을 신어보자 꼭 맞는다.

등장 배우들이 모두 나와 콩쥐의 행복을 빌며 음악과 함께 무대가 어두워진다.

#무대 뒷모습

공연이 끝나자 미정이가 서둘러 무대를 정리한다.

"작은 공연장에서는 말을 좀더 또박또박 내뱉어야 하는데 버릇처럼 잘 고쳐지지 않아요."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표정이다.

올해 나이 열여섯. 아직은 친구들과 어울려 수다를 떠는 게 어울릴 나이. 하지만 미정이는 자신이 꾸고 있는 꿈을 이루기 위해 사소한 것은 포기했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적다는 것이 아쉽다"면서도 "아직은 준비할 게 너무 많다"고 말한다.

방학인데도 휴가는 없다. 방학 내내 '콩쥐팥쥐' 공연이 잡혀 있다. 공연이 없는 시간이라고 그냥 보내진 않는다. 대사연습이며 표정연습은 따로 연습시간을 두지 않는다.

오후에는 무용연습을 한다.

얼마전부터는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족협회 대구지부 주최 '성(性) 연극제' 준비로 더욱 분주해졌다. 특히 이번 연극제에는 자신이 직접 쓴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탓에 신경이 더욱 쓰인다.

학기중이라고 해서 편할리 없다. 학교 수업을 받고 나면 공연 연습은 대부분 오후 늦은 시간에 몰린다. 공연이 코 앞으로 다가올 때는 밤 늦도록 연습이 이어진다.

시험기간 때면 두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렇다고 연습을 게을리 해본 적은 없다. 준비없이 무대에 오른다는 것은 스스로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학교 연극부를 담당하고 있는 전우경 교사는 "미정이는 에너지가 넘치는 학생"이라며 "자기가 만족하지 못하면 밤늦도록 남아 만족할 때까지 연극부 불을 끄지 않는다"고 했다.

미정이의 연기에 대한 열정은 남다르다. "백지처럼 무슨 색깔이든 담을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꿈꾸는 미래

미정이는 "무대에 서 관객들의 시선을 받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그 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단지 보여주기만 하는 연기는 관객들로부터 호응을 받을 수 없어요." 그래서 표정.대사.손동작 하나하나까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무대 경력, 올해로 6년. 공연만도 700∼800회. 어느정도 자신이 있을법도 하지만 무대에 오를 때는 언제나 긴장되고 떨린다고 한다.

미정이가 꿈을 키워갈 수 있는데는 부모의 도움이 크다. 어머니 최영희(44)씨는 아예 매니저를 자청했다.

"미래는 미정이의 삶이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해야죠."

최씨는 공연이 있을 때면 카메라를 둘러메고 딸의 연기를 카메라에 담는다. 그리고 찍어온 동영상을 보며 모녀가 둘러앉아 연기에 대한 평을 주고 받는다. 덕분에 표정이 살아있다는 말은 많이 듣는다.

대본을 받을 때도 그냥 읽고 마는 것이 아니라 배역 소화를 어떻게 할지 모녀간에 대화가 오간다.

최씨는 "연기는 육체적 고단함을 넘어서야 하는 일인데, 미정이는 잘 참고 있다"며 "노력으로 꿈을 다져가는 미정이가 대견스럽다"고 했다.

연기가 좋지만 공부도 소홀히 하진 않는다. '공부를 못해 연기자가 되려한다'는 시선이 싫기 때문이다.

3학년에 오르면서는 학생회 부회장을 맡았다. 초등학생 때도 어린이 회장을 맡는 등 학교생활에도 적극적이다.

미정이는 "공부도 연기도 모두 욕심이 난다"고 했다.

최두성기자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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