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 더위가 한창이다. 한낮에는 길에 오가는 사람도 뜸하다. 하루 햇볕이 아쉬운 농부들도 낮에는 일손을 놓고 쉬는 풍경을 종종 볼 수 있다. 종일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견공들도 그늘에서 낮잠을 즐긴다.
점잖은 선비들도 신발과 양말을 벗고 냇물에 발을 담근다. 이른바 탁족(濯足)이다. 성미가 급한 사람들은 아예 저고리를 벗어 나뭇가지에 걸어두고 물에 몸을 담근다. 더위에 지친 때문일까 체면도 없다. 선비들이 탁족을 즐기는 장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아낙네들도 치마를 걷어올리고 냇물에 발을 담근 채 더위를 식힌다.
남자들이 탁족을 즐기는 냇가에는 으레 삼계탕이나 보신탕이 끓는 솥이 걸려 있다. 불을 살피는 아낙이 연신 이마의 땀을 씻어낸다. 냇가에 나오지 못한 사람들도 집에서 삼계탕을 먹으며 더위를 이긴다. 밤에는 모깃불을 피워놓고 수박을 먹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삼계탕은 일반 가정에서 무더운 여름철 기운을 잃지 않고 더위를 이기기 위해 즐겨 먹는 음식이다.
어른들이 술과 음식을 준비해 계곡이나 냇가를 찾아가는 반면, 아이들과 부녀자들은 여름 과일을 즐긴다. 특히 수박과 팥죽이 여름철 별미로 인기다. 팥죽은 붉은 빛이어서 무더운 여름철 악귀를 쫓는다고 해 많이 먹는 음식이다. 해안 지방 사람들은 바닷가 백사장에서 모래찜질을 하면서 더위를 이겨내기도 한다.
삼복 더위는 궁중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궁중에서는 더위를 이겨내라는 의미로 높은 벼슬아치들에게 얼음표를 나눠준다. 얼음표를 받아든 관리들은 관에서 운영하는 장빙고(藏氷庫)에 가서 얼음을 타간다.
한편 여름철 삼계탕이 인기를 끌면서 닭 장수와 인삼 대추 장수들이 호황을 맞고 있다. 한양의 한 닭 장수는 "얼마 전 때아닌 닭병이 돌아 판매가 뚝 떨어졌지만 삼복 더위를 맞아 요즘은 공급이 달릴 정도"라고 기쁜 비명을 질렀다. 인삼을 모아두었다가 방출하면서 여름철에 떼돈을 버는 상인들 이야기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무더위에 모두들 기진맥진하고 있지만 장사치들에게 무더위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반가운 손님이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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