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윈의 길은 정녕 없을까'
최근 대구 도심의 땅 밑에서 고대 유적과 유물이 쏟아지고 있다. 아파트 건설이나 택지개발이 잇따라 이뤄지면서 역사의 향기를 품은 옛 유물이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학계와 발굴기관은 무차별적 개발로 소중한 문화유산이 제대로 보존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업자들은 '공사지연'에 따른 비용부담에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도심개발을 차질 없이 진행하면서도 주요 유적.유물을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본다.
◇문화재 조사 어떻게 이뤄지나=문화재 조사는 ▲지표조사 ▲시굴조사 ▲발굴조사 순으로 실시한다. 지표조사는 사업면적 3만㎡ 이상이거나 지방자치단체장이 문화재 분포 가능성이 있어 조사해야 할 것으로 결정한 건설공사에 대해 시행하고 있다. 지표조사 절차는 ▲지표조사 요청(사업자→발굴기관) ▲조사계획서 제출(발굴기관→사업자) ▲조사계약 체결(사업자발굴기관) ▲지표조사 보고서 제출(발굴기관→사업자→시.도지사→문화재청장) ▲문화재 심의 요청(문화재청장→문화재위원회) ▲문화재 보존대책 수립(문화재위원회) 등이다.
시굴조사는 지표조사 기관의 의견을 참조로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 실시하며, 이를 바탕으로 발굴조사를 한다. 이 때 발굴 규모가 크거나 중요한 유적의 경우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발굴조사의 경우 사업자는 발굴기관의 조사계획서를 바탕으로 시.도지사를 경유해 문화재청장에게 발굴허가를 신청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허가여부가 결정된다.
◇문제점은=건설업자들은 문화재 조사에 따른 제비용과 공기지연에 따른 부담을 호소하는 반면, 학계와 발굴기관은 문화유산의 훼손과 보존의 난맥상을 우려하고 있다.
건설업자들은 문화재 지표조사나 발굴로 인해 공사기간이 늦춰지고, 늑장 분양으로 인한 금융비용이 큰 부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굴조사 이전 분양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시굴조사가 끝난 뒤 분양승인을 받아야 하고, 문화재 조사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사업자가 부담하는 등 시간적, 재정적 손실이 크다"고 말했다. 또 "심지어 보존가치가 높은 주요 유적이 발굴돼 공사중단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그 부담을 사업자가 떠안아야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반면, 학계와 발굴기관은 지방자치단체가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은 채 사업승인을 내줘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문화재계는 지자체가 주요 유물.유적의 분포 가능성과 보존에 대한 밑그림을 갖고, 보존대책을 수립한 뒤 사업승인을 내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청규 영남대박물관장은 "문화재 보존을 위한 종합적인 고려를 하지 않은 채 개별 사업건별로 개발승인을 내줘서는 곤란하다"며 "최소한 주요 유적.유물이 출토되면 개발지역 인근 대체부지에 유물공원을 조성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결방안은=현행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소규모 건물신축(주거용 150㎡이하, 상업용 100㎡이하)의 경우 국가가 문화재조사 비용을 모두 부담한다. 그러나 대규모 아파트 건설공사의 경우 전적으로 사업자가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대해 대규모 건설공사도 최소한 시굴조사 비용까지는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다만, 발굴비용의 경우 사업자가 개발이익의 일부로 이를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화재 조사 및 보존이 국가업무란 점을 감안할 때 여기에 따른 비용의 일부를 국가가 부담하는 방식의 법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시굴조사 이전에 사업자에게 분양승인을 내줘야 한다는 건설업계의 요구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가 지배적이다. 시굴조사로 보존가치가 높은 유적이나 유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데다 이럴 경우 공사중단 및 차질에 따른 손해는 사업자뿐 아니라 분양 당사자인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기 때문이다. 여기서 지자체는 단순히 사업승인을 내주거나 문화재 조사를 의무화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해당 유적지 전반에 대한 종합적 관리와 보존대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김병구기자 kbg@imaeil.com사진: 최근 조사한 달서구 월성동 LG자이아파트 건축부지내 발굴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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