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암칼럼-견공 팔자도 주인나름

입력 2004-08-02 11:43:11

삼복 더위에 입뗐다 하면 시비만 걸리는 정치얘길랑 덮어두고 견공(犬公)이야기나 해보자.

올해는 견공들의 몸값이 폭락했다고 한다.

중국에서 수입개가 많이들어와 그랬나 했더니 꼭 그것만도 아니란다.

이것저것 제대로 되는 사업거리가 없다보니 개나 키워보자고 나선 사육 업자가 부쩍 늘어나는 바람에 수요공급의 균형이 깨진 탓도 있는데다 경기침체로 애완견 수요까지 급격히 감소한 탓이란다.

보양탕을 즐기는 소비자들로서야 반길 일일지 모르겠지만 올해 견공들의 팔자는 이래저래 그야말로 '개팔자'가 돼버렸다.

견공도 주인 잘 만나고 시절 잘 타고 나야 상팔자 대접받지 못난 주인 만나고 강파른 세월 만나면 그야말로 팔자 사나운 개 신세가 된다.

바캉스 시즌인 요즘만해도 한때 애완견 기르며 잘 나가던 주인들이 살림살이 쪼들리고 지갑이 비기 시작하면서 개를 길거리에 내다 버리는 사례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어느 시민봉사단체는 주인 잘못 만나 버려진 애완견을 챙겨와서 평소 개와 친하고 싶어했던 가난하고 부모없는 어린이들에게 인연을 맺어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주인 잘 만난 팔자 좋은 애완견들은 비행기 타고 해외여행을 떠나고 있다.

올 여름 인천국제공항을 거쳐 해외여행 호사를 한 견공들은 지난주말 현재 2천700여마리란다.

해외 나들이 가는 견공들의 바캉스 비용은 항공비만 미국 LA경우 20만원 정도다.

'시찌'나 '푸들'강아지 경우 비행기삯이 몸값과 맞먹는 꼴이다.

개나 짐승 등이 국가지도자를 잘(?)만나 상팔자 신세로 호강한 역사적인 기록이 있다.

물론 그 역사는 거꾸로 어리석은 지도자의 정책 판단이 얼마나 우매한 폐단을 가져오는가를 역설적으로 풍자.비판한 사례로 평가된다.

속칭 생류연민령(生類憐愍令.1685년 공포)이라는 도쿠가와 쓰나요시(5대 쇼군) 막부 시대의 기상천외한 포고령이 그것이다.

취지는 중병에 걸린 생물을 죽기전에 내다버려서는 안된다는 동물 애호 정신 호소 수준의 타당성 있는 포고령으로 처음엔 쇼군의 선정(善政)에 대한 인기와 함께 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게 대중인기에 빨려들기 쉬운 권력의 속성에 맛을 들이면서 개 뿐 아니라 말.소.조류.물고기 심지어 나중에는 뱀과 쥐까지도 상처 입히거나 버리지 못하게 하고 치료를 해줘야 한다는 포고령으로 더 확대해 나갔다.

점차 무지한 지도자의 어리석은 포퓰리즘은 60회에 걸쳐 포고령을 고치고 또 고쳐서 마침내 조개.새우 등 모든 생물에 대해서도 요리를 해서는 안된다는 터무니 없는 령으로 발전했다.

전세계 법제사상(法制史上) 최악의 어리석은 법령으로 불리는 생류연민령탓으로 에도 성(城.지금의 도쿄)안에 개들이 넘쳐나 10년 뒤인 겐로쿠 8년에는 나카노 들판에 무려 16만평 에 이르는 집단 개집을 건설해야했다.

단순히 개를 애호하자던 타당한 포고령도 어리석은 지도자가 대중인기에 영합할 때 어디까지 변질되는가를 보여준 '개 이야기'의 교훈이다.

이 정신나간 포고령은 다음 6대 쇼군인 도쿠가와 이에노부 정권때 가서야 폐지 됐다.

다같은 애완견도 주인따라 길거리에 버려지기도하고 비행기 타고 해외여행을 가듯이 한 나라의 국민들이 사는 팔자(?)도 상당부분 지도자의 리더십과 능력 나름일 수 있다.

지도자가 깨어있고 경세제민에만 전념해 앞만보고 전진 한다면 백성들 팔자가 더 잘 풀릴 것이고 말썽스럽고 엉뚱한 법령이나 만들며 자꾸 백미러로 뒤만 들여다 보면서 운전하고 있으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

특정지역에 가서는 '호남이 큰소리하는 밑천을 준비하겠다'느니 '크게 판을 벌리겠다'라고 선물보따리 내놓고 미운털 박힌(?)지역에 갔을때는 쓰다달다 말도 없다는 보도를 보노라면 개팔자 주인따라 다르듯 사람팔자도 사는 동네따라, 코드따라 달리 대접 받는 거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도 된다.

국회와 약속한 대구 지하철 부채탕감 약속을 뒤집어 2천억이나 깎아버리는거나 대구를 연구개발 특구 지정에서 빼려고 하는거나 전국의 땅값이 거의 다 올랐지만(평균 1.09%) 0.3~0.5% 밖에 안오른 대구.경북에는 투기지역 해제를 안해주고 있는걸 보면서 주절대는 삼복 개팔자 넋두리다.

속담엔 미운놈 떡하나 더준다던데….김정길(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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