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 위기냐 기회냐-(4)신행정수도는 블랙홀인가?

입력 2004-08-02 11:43:11

돈·사람 흐름 정부 하기나름

참여정부가 '지방화'를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으려는 전략의 하나로 신행정수도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나 정작 크게 환영해야 할 지방이 '강건너 불보듯' 하거나 되레 반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유는 정부 여당이 말하듯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정치적으로 반대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 여당이 지방에 대한 눈에 보이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탓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신행정수도 건설에 대한 지방의 반대론자들도 나름의 반대 논리를 갖추고 있는데 이들까지 설득할 수 있는 명분과 당위성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영남대 우동기 교수 등 지방의 반대론자들은 신행정수도가 지금의 서울처럼 사람과 돈과 정보를 모두 빨아들이는 새로운 블랙홀이 될 것이라 주장한다.

새 블랙홀은 지방에 남아 있는 여력까지 모두 소진시키는 대신 서울~공주 연기가 '연담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다.

한마디로 신행정수도 건설은 '수도권의 확대'이지 '지방화'가 아니라는 얘기다.

신행정수도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대구.경북과 전북에서 부산.경남과 광주.전남보다 이런 우려를 더 많이 한다.

블랙홀이 되면 가까운 곳의 힘부터 빨아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블랙홀 사례는 경부고속도로의 건설로 빚어진 김천 등 중소도시의 몰락에서 볼 수 있다.

당초 교통이 편리해지면 김천이 발전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서울과 대구, 대전 등지에 사람과 돈을 빼앗기는 부작용이 생겨났다는 것.

대구도 고속철도 개통으로 서울은 1시간40분, 부산은 1시간 이내로 가까워지자 요즘 김천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이동 시간이 짧아 짐으로써 대구 사람은 자주 서울과 부산에 가서 돈을 쓰고 오나 서울과 부산 사람이 대구를 찾아 돈을 쓰는 것은 많지 않을 것이란 걱정이다.

이런 마당이라 1시간 이내 거리에 신행정수도가 건설되면 대구와 경북 중북부 지역, 전북 등지는 새로운 강력한 지역 발전 경쟁자를 만날 것이란 걱정이 전혀 터무니 없는 것이 아닐 수 있다.

경북대 김형기(金炯基) 교수 등 지방의 신행정수도 찬성론자들은 "그런 걱정은 기우"라며 "신행정수도는 수도권의 확대와는 엄연히 다른 충청 '지방'의 발전이며 나아가 전국의 '지방'을 발전시키는 핵이 될 것"이라고 반박한다.

신행정수도는 '지방'을 변방이 아니라 중앙으로 만드는 역사적 전환이란 것이다.

그러나 이들도 "가까운 곳에 건설되는 신행정수도를 제대로 활용하느냐 마느냐 여부에 각 지방의 발전 여부가 달려 있다"는 지적을 잊지 않는다.

각 지역 나름대로 제대로 된 비전을 찾아 지역 발전의 기회로 삼지 못할 경우 신행정수도에 종속되는 지역으로 전락한다는 얘기다.

바로 여기에 정부 여당이 충청권 이외 지역, 특히 신행정수도와 가까운 지역의 발전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각 지역 스스로 활용 구상을 해야 하지만 공공기관 분산 등 큰 흐름의 열쇠를 정부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분권대구.경북본부 한 관계자는 "정부가 공공기관을 무원칙하게 지역별로 골고루 나누려 한다면 잘못"이라며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전략적으로 분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지역 상공계 인사들은 "대구.경북에 알짜 공공기관을 분산해야 신행정수도가 블랙홀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좀 더 솔직한 주장을 펴고 있다.

한 인사는 "부산에는 증권 선물거래 시장 통합법인 본사를 설립키로 한 다음 관련 금융 본사들이 부산 이전을 준비하는 등 '제2의 금융도시 부산'을 꿈꾸고 있어 공공기관 분산에서 다소 소외시켜야 균형이 맞다"고 지적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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