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과거사 규명 '올인'...논란 격화

입력 2004-08-02 11:48:18

여권이 과거사 규명에 '올인'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1일 '진실과 화해, 미래위원회'를 설치, 과거사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겠다는 뜻을 밝히고 나섰다. 지난달 30일 노무현(盧武賢) 대통령이 "지난 역사에서 쟁점이 됐던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국가적 사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지 하룻만이다. 이제 과거사 공방은 친일진상규명에서 벗어나 한국 근.현대사 전반으로 비화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신기남(辛基南) 의장은 그 배경에 대해 "일제와 냉전시대, 군사독재 시대를 정리하는 문제는 사회갈등이 아니라 통합을 위해 추진하는 것이며 과거에도 이러한 시도가 있었으나 못했던 만큼 이제라도 털고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여당의 계획대로 일제강점기부터 지난 80년대 군부정권 시대에 걸친 근.현대사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질 경우 정치권은 물론 우리사회 전체가 유례없는 과거사 논쟁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일본식 장기불황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현상황에서 과거사 문제를 들고나오는데에 대한 비판 여론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선을 한국 근현대사 전체로 확대하고 있는 것은 한나라당과 정체성 공방에서 과거사 문제 제기가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국가정체성 공방을 과거사 평가 문제로 대치시킨 결과 과거사 문제에서 약점을 가질 수밖에 없는 한나라당의 아킬레스건에 상처를 입히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열린우리당의 과거사 문제제기에 대해 한나라당은 박 대표가 '조사하려면 하라. 자신있다"고 일전불사 의지를 밝히기는 했지만 말과는 달리 실제 대응에서는 자신있는 태도를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열린우리당의 전략은 여론의 비판을 무릅쓰고 시작한 과거사 문제제기지만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판단되는 만큼 이참에 일제강점기에 국한하지 않고 한국 근.현대사 전체를 정치이슈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과거파가 미래를 망치고 있다"(김영선 의원), "역사를 멋대로 흔드는 행위"(심재철 의원)", "시나리오에 의한 대한민국 정통성 흔들기"(남경필 의원), "간첩이 군장성을 조사한 것 같은 일이 광범위하게 이뤄질 것"(이한구 정책위의장)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다할 대응전략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정면대응이 옳은 것인지 경제살리기 등 다른 방면으로 관심을 돌리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를 놓고 고민만 하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휴가에서 돌아온 박 대표가 2일 태릉선수촌을 방문하는 것을 두고 방향선회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여권이 과거사 진상규명을 내세운 한나라당 뿌리 흔들기를 계속 시도할 경우 정면대응은 피할 수 없다는 강경론도 여전히 힘을 잃지 않고 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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