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인 신앙공동체 '둥지교회'

입력 2004-07-31 11:51:34

사랑으로 차곡차곡 쌓아올인 장애천사들의 따뜻한 보금자리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에 있는 둥지교회는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교회다. 건물 외관은 다른 교회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일단 교회 문을 열고 들어서면 낯선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흔히 교회를 상징하는 긴 의자 대신 수십 개의 전동휠체어가 손님을 반긴다. 또 일부 신자들이 교회에서 살고 있다는 점도 독특하다.

1994년 태어난 둥지교회는 지체장애인들의 신앙공동체다. 둥지라는 이름은 사랑으로 넘치는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고자하는 의미에서다. 해를 거듭하면서 사랑은 사랑을 낳아 따뜻한 보금자리를 찾아든 신자들이 100여 명을 훌쩍 넘겼다. 교회를 만든 신경희(36) 목사는 "10년 전 성서지역 장애인공동체로 출발한 교회가 요즘은 대구시내 전역의 장애인들이 교회를 찾고 있다."라며 "둥지교회가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좋은 안식처가 되고 있어 기쁘다"고 했다.

사실 신 목사도 장애인이다. 어릴 적부터 무릎 고관절에 연골이 없어 친구들이 농구를 할 때 멀찍이 떨어져 지켜봐야만 했다. "왜 나는 친구들과 함께 어울릴 수 없을까 하고 고민을 많이 했지요. 그래서 장애인들이 겪는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을 위해 뭔가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장애인 예배공동체를 만들게 됐지요."

지체장애인, 시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교회이다 보니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수십 명의 신자들을 교회까지 이동시키는 것에서부터 그들의 손발이 되는 일까지 신 목사 혼자로서는 어려웠다. 하지만 사랑의 힘은 위대했다. 어려운 소식이 전해지자 주위의 여러 사람이 돕겠다고 나섰고, 그들의 도움은 장애인 이동을 위한 리프트 버스를 구입할 수 있게 했다. 또 자원봉사자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교회를 찾게 만들었다.

"어미새는 소중한 새끼들을 위해 몇 날 며칠을 굶으면서 나뭇가지만 찾아 날아다니지요. 결국 어미새의 이 지극한 사랑은 새끼들이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따뜻한 보금자리로 결실을 맺게 됩니다. 이런 어미새를 자청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아직은 훈훈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가족이 없는 장애인들이 점점 늘면서 신 목사의 고민이 또 생겼다. 몇 년을 준비해 교회 2층에는 돌봐줄 데가 없는 남성 장애인을, 인근 다가구주택엔 여성 장애인들을 위한 가정을 마련했다. 돌봐주는 사람이 없으면 생활을 하지 못하는 중증장애인들의 따뜻한 둥지인 셈이다.

또 2001년부터는 장애인들의 재활과 자활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거동할 수 있는 장애인들을 위한 생활공동체인 '셋 둘 삶터'를 만들어 야학, 공공근로, 방문판매 등을 하며 사회적응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 특히 내달에는 성서공단 내에 열쇠, 도장, 명함, 고무인 등을 만드는 회사까지 차리게 됐다. "장애인들은 지속적인 치료와 재활활동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일거리를 가지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요."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교회 건물주가 부도를 내서 신 목사는 물론 교회에서 새 보금자리를 펴고 있던 장애인들이 당장 길거리로 내몰리게 된 것. "장애인들을 위한 치료, 수술, 생활지원, 창업비 등을 지원하느라 빠듯한 생활을 하고 있는데 당장 목돈이 필요하게 돼 힘듭니다. 하지만 새 삶을 살게 하기 위해 하느님이 내린 숙제라고 생각하지요."

조만간 장애아동을 위한 치료 및 학습센터를 만들고 싶다는 신 목사의 조그마한 소원은 다름 아닌 이 땅의 모든 장애인들이 함께 어울려 잘살 수 있는 사회가 오는 것이다.

정욱진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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