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 보자'式 법안 봇물

입력 2004-07-30 13:40:26

17대 국회가 개원한지 두달째 의원 법안발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3분의 2에 이르는 초선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발의에 나서고 있는 것이 주된 이유다.

그러나 의원 발의 법안 중에는 설익은 졸속 법안도 적지 않아 처리 가능성이 높은 법안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열린우리당이 제출한 법안의 경우 여당인데다 의석의 과반을 점해 '제출=통과'로 보는 경향도 있으나 민감한 법안을 의원들이 지도부와 상의도 않고 기습 발의하는 경우도 많아 법과 정책에 대한 국민 혼선만 부추길 우려가 높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발의 봇물=30일 현재 국회에 제출된 의원발의 법안은 무려 135건. 이는 16대 국회 개원후 같은 기간 39건의 3.5배다.

15대와 14대 땐 같은 기간 25건, 8건에 불과했다.

발의 준비 중인 법안도 부지기수다.

국회가 여름 휴가에 들어갔으나 의원회관에 있는 보좌진들은 함께 발의할 의원의 서명을 받으러 다니느라 부산하다.

정당별로는 열린우리당 58건, 한나라당 66건, 민주노동당 8건, 민주당 2건, 무소속 1건이다.

이중 초선이 81건으로 전체의 60%를 점하고 있다.

◇중복 발의=법안 내용이 겹치거나 비슷한 '중복 발의'가 많다.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개정안이 10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9건, 국회법 개정안이 9건 발의됐다.

선거법개정안의 경우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과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이 지난달 28일과 지난 15일 제출한 안의 주요 내용이 같다.

박 의원은 "공직후보자의 국민연금 보험료 등에 관한 사항을 공개하자는 내용으로 비슷하지만 안 의원은 조항 신설을, 우리는 조항 변경을 추진하는 점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선거연령을 19세 또는 18세로 하자는 '상충형' 발의도 있다.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과 심재철 의원, 열린우리당 이계안 의원이 각각 발의한 조세특례법 개정안은 "공공주택 관리 경비용역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감면하자"는 취지로 지난달 3일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에 비슷한 내용이 있어 굳이 의원이 발의할 필요가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발의 신중해야=16대 국회에서 의원발의 법안은 1천651건이나 가결된 법안은 259건으로 15.7%에 불과했다.

정부가 제출한 595개 법안은 431개가 가결돼 72.4% 입법화 했다.

15대는 15.3%, 14대 20.2%로 대체로 20%대를 밑돈다.

법안이 발의돼도 이처럼 통과 확률이 낮으나 주요 내용을 언론이 소개하고 국민들은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특히 민감한 사안의 경우 입법 추진 사실이 알려짐으로써 국민들이 잘못 판단할 개연성도 높다.

따라서 의원들은 법안 발의에 신중할 필요가 있고, 특히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 의원들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야가 서둘러 소속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대한 당론을 정한뒤 국민에게 밝혀 혼선을 줄여야 한다는 요청도 나오고 있다.

'나홀로 입법'과 당 차원의 입법을 구분하라는 것이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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