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음식물쓰레기 재활용-(중)사료화 정책

입력 2004-07-30 11:36:55

처리만 신경 재활용 뒷전

"솔직히 재활용이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

음식물 쓰레기를 이용, 퇴비를 생산하는 경북의 한 업체는 하루 20t 가량의 음식물 쓰레기를 가져 와 7~8t의 퇴비를 만들지만 생산된 퇴비의 대부분을 공장 곳곳에 쌓아 두고 있다.

제대로 된 퇴비를 만들기 위해서는 음식물과 생석회를 6대 4 비율로 섞어야 하지만 생석회 가격이 t당 17만원 선에 이르러 원가를 절감하려 생석회 양을 줄인 탓에 퇴비 질이 낮아 찾는 이가 거의 없기 때문.

업체 관계자는 "원가 맞추기에 급급, 제품의 질은 솔직히 차후의 문제"라며 "운반비까지 대면서 퇴비를 제공하려고 해도 사용하려는 곳이 없어 이젠 공간조차 없을 정도로 곳곳에 퇴비가 쌓여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업체서 만든 퇴비 중 일부는 불법이나 도로공사 지반용으로 사용되는 실정.

현행법상 음식물 쓰레기가 매립용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고형화 작업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소비할 곳이 마땅치 않는 퇴비들이 음성적으로 땅속에 묻혀지고 있는 것.

또 다른 문제는 제대로 된 퇴비를 만들어도 농민들이 음식물 퇴비는 염분이 많아 '땅을 버린다'는 고정 관념을 갖고 있어 판로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

영남대 환경공학과 전관수(42) 교수는 "요즘 음식물 쓰레기의 염분은 예전보다 상당히 낮아져 적절한 퇴비화 과정을 거치면 토양 오염의 문제가 없지만 초기 음식물 퇴비로 낭패를 겪은 농민들이 많아 기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음식물 쓰레기로 만들어지는 사료도 사정은 비슷하다.

탈수와 멸균처리를 제대로 거치지 않아 염분과 세균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 만들어진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의 불신을 사고 있는 것이다.

ㅈ업체 김모 사장은 "기술력이 낮은 상태에서 채산성을 맞추기 위해서는 솔직히 질 좋은 사료를 만들기가 어렵다"며 "또 음식물 쓰레기 60t을 받아 처리해 봐야 물기를 제거하고 나면 생산되는 사료 양은 10t도 채 되지 않아 인근 농장에 그냥 제공해도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털어놨다.

여기에다 음식물 쓰레기에 섞여 들어오는 이물질도 사료화 정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업체 관계자들은 "수거해 온 음식물 쓰레기에서 수저는 물론 옷가지와 캔 등 일반 쓰레기가 섞여 나와 5억, 6억원을 들인 장비의 수명이 3년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이물질을 수작업으로 제거하는 탓에 인건비 부담이 커 또다른 적자 원인이 된다"고 밝혔다.

대구에서 하루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은 모두 550t 정도. 시에 따르면 이중 100t은 신천 하수병합처리장을 통해 물기를 제거한 뒤 매립장으로 보내고 64%에 이르는 350t은 민간 위탁업체를 통해 재활용처리토록 하며 나머지 100t만이 매립장에서 처리한다.

하루 350t의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을 위해 8개 구.군이 연간 지불하는 비용은 62억여원.

전 교수는 "음식 물쓰레기 재활용이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지자체에서는 어쨌든 처리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위탁하는 현 체제가 문제"라며 "관련 법규의 개정을 통해 음식 물쓰레기 처리업에 대한 시설과 환경기준을 제대로 마련하고 처리수가를 현실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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